■ 미·이란, 대치속 물밑대화
美 에너지리스크 감수 ‘초강수’
협상재개 등 압박효과 미지수
이란 강경대응땐 휴전도 위태
파키스탄 등 중재노력 지속중
이란 “해협 우리 것”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미국이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20%가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대(對)이란 해상 봉쇄에 나선 것은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의 작전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되지만 그만큼 이란의 ‘숨통’을 좨서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미국의 봉쇄 뒤 중국 관련 유조선 두 척이 회항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실제 해협 봉쇄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역(逆)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내 유가 상승과 비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이란에 대한 미군의 해상 봉쇄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전날 19척 선박이 통과됐던 것이 미군의 봉쇄 예고 발표 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 정도라고 BBC는 전했다. 미 CBS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후 중국 관련 유조선 2척이 긴급 회항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유조선 2척은 모두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항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려다 회항했다. 회항 목적은 제재 회피 등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기 몇 시간 전 이란과 관련 있는 선박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는 등 실제 역봉쇄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전략은 석유 수출을 통한 이란 자금줄을 끊겠다는 계산이다. 석유는 이란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란의 수입원을 차단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 미국의 요구 조건을 수용토록 하겠다는 게 미국의 계산이다. 미국은 협상에서 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60% 고농축 우라늄 440㎏을 이란 밖으로 반출하고 20년간의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이 중재에 나서거나 이란에 협상을 종용하도록 하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이란산 석유의 주요 고객들이 이란에 압력을 가해 미국의 요구에 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의 발언을 전하며 “이들 국가가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단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역봉쇄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해상 봉쇄로 더욱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중동에서의 지역적 충돌이 전 세계적 금융충격으로 변모해 더욱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이란산 석유 수출은 미국 내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가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은 알루미늄과 헬륨, 비료 등 다른 주요 원자재들이 지나는 핵심 길목이기도 하다. 농가 지지에 크게 기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비료 가격 상승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맥도날드 든 트럼프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이란이 강경 대응으로 나설 경우 실제 군사적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2주 휴전 합의마저 위태롭게 된다. 단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이집트, 튀르키예 등의 중재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미국과 이란이 파국을 피하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민병기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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