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한 주유소의 연료 가격 표시 간판. AFP 연합뉴스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한 주유소의 연료 가격 표시 간판. AFP 연합뉴스

미·이란 전쟁 발발로 급등한 유가를 일본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통해 낮추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동 정세 불안 영향을 덜 받은 브렌트유를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삼으며 자국 정유업계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이 정유사에 지급할 유가 보조금을 책정하며 두바이유가 아닌 북해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삼았다. 일본에서는 주로 두바이유가 쓰이며 이번에 기준으로 삼은 브렌트유는 중동사태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따라 당시 상승 추세이던 두바이유가 아닌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던 브렌트유가 보조금 지급 기준이 되면서 정유사들은 실제 석유 조달 비용에 못 미치는 보조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닛케이는 일본 정유사 관계자들을 보조금 기준을 브렌트유로 한다는 일방적인 통고를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보도하며 실제 휘발유 조달 비용과의 차액은 고스란히 업계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11일 휘발유 소매 가격을 전국 평균 1L당 170엔(당시 약 1583원)대로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휘발유, 경유 등 연료용 석유류 가격 억제 정책이 시행된 약 한 달간 정유사들이 짊어진 부담금이 2000억엔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닛케이는 정유업계의 비용 부담이 1분기 결산부터 드러날 전망으로 정부가 배당금 재원을 제한한 데 대한 주주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동 이외 지역에서의 대체 조달 수요가 높아지며 최근에는 브렌트유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올라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 공급 입찰에서 유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치기현에서는 하수 처리 슬러지 소각에 필요한 중유 공공 입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한 가격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찰됐다. 요코하마시가 지난달 실시한 빗물 배수펌프 가동용 등유·중유 공급 입찰에서도 일부 유찰이 빚어졌고 나고야시의 4∼6월 버스 연료용 경유 입찰도 유찰되는 등 고유가 상황에서 공공 분야 운영에 어려움이 포착되고 있다.

김유정 기자
김유정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