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료 기장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의자 김동환. 연합뉴스
지난달 동료 기장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의자 김동환. 연합뉴스

검찰 “배송기사 위장 침입…1명 살해·1명 미수” 재차 확인

“조직적 음해 피해” 망상…공제금 소송 패소 후 범행 결심

GPS 추적·운항정보 해킹까지…치밀한 계획범죄

부산=이승륜 기자

항공사 동료 기장들을 상대로 연쇄살인을 계획하고 일부를 실행한 전직 부기장이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가해자인 기장이 조직 음해 피해를 받았다는 망상 끝에 7개월간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에 옮긴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부산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경목)는 공군사관학교 선배이자 같은 항공사 기장 6명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주거침입, 정보통신망법 위반)로 피의자 김동환(49·전 항공사 부기장)을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경기 고양시와 부산에서 각각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16일 오전 4시쯤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 배송기사로 위장해 침입, 출근 중이던 피해자 A 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어 다음날 오전 4시50분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B 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 김 씨는 공군 파일럿 출신 동료들이 자신을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괴롭혔다고 믿으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퇴사 과정에서 조종사단체 공제회에 ‘질병으로 인한 조종면허 상실 상조금’을 신청했다가 일부 패소해 기대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자 크게 격분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살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피해자 6명 중 우선 4명을 살해 대상으로 정하고, 상황에 따라 나머지 2명으로 대상을 바꿀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약 7개월간 범행을 준비했다. 이 기간 범행 도구를 구입하고 피해자들을 미행했으며, 차량에 GPS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주거지를 파악했다. 이후 여러 차례 현장을 답사해 생활 패턴과 주변 환경을 분석했다. 또 타인의 계정을 이용해 항공사 운항정보 사이트에 불법 접속해 피해자들의 비행 일정까지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과정에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과 선불 교통카드만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여러 차례 갈아타며 이동했다. 범행 후에는 옷을 갈아입고 도주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검찰은 김 씨가 지난해 10월 전국 범행 예정지를 돌며 연쇄살해 계획을 최종 점검한 사실도 확인했다. 사건은 지난달 16일 고양에서 첫 범행이 발생한 뒤 본격화됐다. 김 씨는 범행 직후 부산으로 도주했고, 다음날 부산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이후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후 같은 달 구속영장 발부, 신상정보 공개, 검찰 송치를 거쳐 검찰이 보완수사를 진행한 뒤 이날 기소했다.

검찰은 사건 직후 직접 검시에 참여하고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초동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신속한 검거로 추가 피해를 막았고, 검찰은 이후 압수수색, 계좌추적, 통신 분석, 임상심리 분석 등을 통해 범행 동기와 계획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개월간 계획된 연쇄살해 범죄로 규정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단기간에 다수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사건으로, 실제 1명이 사망하고 다른 피해자들도 큰 충격과 두려움을 겪는 등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해 구조금, 장례비 등 경제적 지원과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피해 회복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강력범죄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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