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 정세영 기자
악몽을 넘어 참사였다. 프로야구 한화는 또 불펜에 무너지며 눈앞의 승리를 내줬다.
한화는 14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쏠(SOL) KBO리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5-0으로 앞서던 경기를 뒤집힌 충격의 패배였다.
경기 초반만 해도 한화 분위기였다. 한화는 0-0으로 맞선 3회 말 2사에서 이원석의 좌전안타에 이어 요나단 페라자의 우중간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문현빈의 볼넷으로 1, 2루 기회를 이어갔고, 강백호가 우전 적시타를 보태 2-0을 만들었다.
한화 타선은 4회에도 흐름을 이어갔다. 1사 뒤 이도윤과 최재훈의 연속 안타로 1, 3루를 만든 뒤 심우준의 스퀴즈 번트로 1점을 더했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선 페라자의 우익수 희생플라이까지 나오며 4-0으로 달아났다.
6회에도 추가점이 나왔다. 선두타자 심우준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했고, 이원석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5-0을 만들었다. 승부가 한화 쪽으로 완전히 기운 듯했다.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도 제 몫을 했다. 문동주는 5이닝 무실점으로 버텼다.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쉽지 않은 흐름이었지만 고비마다 흔들리지 않았다. 5회 초 만루 위기에선 르윈 디아즈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피안타 6개, 사사구 5개를 내주고도 5이닝 무실점으로 버틴 투구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화 마운드가 스스로 무너졌다. 6회 만루 위기를 간신히 넘긴 한화는 7회 만루에서 류지혁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첫 실점했다.
8회는 더 심각했다.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서현이 볼넷으로 만루를 자초했고, 이후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헌납했다. 이어 폭투까지 나오면서 순식간에 5-4까지 쫓겼다.
8회를 추가 실점 없이 막은 김서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와 볼넷, 몸에 맞는 볼까지 내주며 다시 만루 위기에 몰렸다. 김서현은 이후 내야 땅볼 때 홈 승부로 급한 불을 껐지만, 후속 타자들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끝내 동점과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한화는 5-6으로 졌다.
이날 한화의 패배는 점수 차보다 과정이 더 쓰렸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 눈앞에 있던 승리가 제구 난조 속에 한꺼번에 무너졌다. 이날 실점의 대부분은 밀어내기와 폭투로 나왔다.
삼성은 이날 18개의 사사구를 얻어냈다. 반대로 말하면, 한화 마운드가 그만큼 스스로 무너졌다는 뜻이다.
강백호를 영입하며 막강한 타선을 구축한 한화지만, 불펜은 올 시즌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겨울 필승조였던 한승혁이 KT로, 김범수가 KIA로 떠났고, 새 시즌 핵심 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정우주와 박상원도 시즌 초반 구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 김서현은 여전히 제구 기복이 크다. 전날까지 한화 불펜 평균자책점은 8.73이었다.
한화는 이날 패배로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연패도 쓰리지만, 더 심각한 건 경기 후반을 믿고 맡길 투수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패배는 한화 마운드의 불안한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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