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사 주간지 ‘레스프레소’가 공개한 ‘학대’라는 제목의 표지 사진이 국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이대며 웃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과 긴장한 표정의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레스프레소는 ‘학대’라는 제목의 표지를 공개했다. 특히 표지에는 서안지구 점령과 관련해 이스라엘군과 유대인 정착민 간의 결탁, 가자지구 파괴, 레바논·시리아·이란 등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상황을 비판하는 문구도 함께 실렸다. 특히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 구상과 관련해 인종 청소와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담겼다.
서안지구는 약 3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착촌 확대와 함께 극단주의 정착민에 의한 폭력이 지속해서 발생해왔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1~3월에만 약 17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강제 이주했으며, 사망자 수도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를 크게 넘어섰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이스라엘 주이탈리아 대사관은 즉각 반발했다. 조나단 펠레드 대사는 SNS를 통해 “고정관념과 증오를 조장하는 조작된 이미지”라며 비난했다. 일부에서는 사진 속 인물의 표정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진작가 피에로 마스투르조가 직접 촬영한 실제 장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반전됐다. 같은 장면이 담긴 영상까지 공개되며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군인 역시 여러 해외 매체에 포착된 적 있는 실제 인물이었다.
이후 SNS를 중심으로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의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해당 사진이 특정 연출이 아닌 현실을 반영한 장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서안지구 내 인권 문제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군사 협력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14일 “현재 상황을 고려해 양국 국방 협정의 자동 갱신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협정은 군사 물자 교류와 훈련, 산업 협력 등을 포함한 것으로, 5년 단위로 자동 연장하는 구조였다. 그동안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평가받던 멜로니 정부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임정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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