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한국의 중년이 우울하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40대는 16만7251명으로 2020년 11만276명에서 52% 늘었다. 전 연령대 평균 증가율(17%)의 3배다. 50대 역시 13만6505명으로 5년 사이에 2만 명가량 증가했다. 중년이 직장과 가정에서 역할이 변하는 인생 전환기인 데다 한국의 중년 특유의 부모 부양, 자녀 결혼, 때론 돌봄 간병 책임까지 떠안은 결과이다.

캐나다 심리분석가 대릴 샤프는 중년의 위기를 카를 융 심리학으로 풀어낸 소설 ‘서바이벌 리포트’에서 이렇게 규정한다. 중년 위기는 ‘급성 신경증’처럼 갈등, 우울증, 불안의 형태로 닥쳐와 자기연민과 죄책감을 동반한 깊은 혼란에 빠트린다. 소설 속 성공한 중년 노먼도 갑자기 찾아온 공허와 관계 파탄에 삶이 무너진다. 소설은 그의 상담을 진행하며 중년의 위기는 ‘질환’이 아니라 내면의 영혼이 보내는 ‘구조 신호’로 설명한다.

사회적 역할인 ‘페르소나’에 갇힌 인간이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를 찾아 온전한 인간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치유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제2의 사춘기인 중년에 정체성을 돌아보는 제2의 탄생이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소설처럼 개인의 용기에만 기댈 수 없다. 한국의 중년은 외롭다. 신체적·정서적 위기 상황에서 ‘집안일 부탁’할 사람도, ‘이야기 상대’도 없는 비율인 고립도만 봐도 알 수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평균 고립도는 약 20%로 OECD 평균 9.5%를 크게 웃도는데 40대부터 30%로 올라선다. 50대 자살률은 전체의 21%로 가장 높다. 하지만 복지 시스템은 청년과 노인 중심이다. ‘끼인 세대’ 중년이 소외되지 않게 사회적 대처가 필요하다.

유럽 정신의학회 학술지 ‘유러피언 사이키아트리’ 최신호에 실린 논문은 중년의 우울증 대처법을 알려준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연구팀이 성인 6만5454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40∼65세 중년이 TV 시청 1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바꾸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19%, 2시간 바꾸면 무려 43%나 감소했다. 멍하게 화면을 보는 사이 뇌가 우울의 늪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언한다. 일단 TV를 끄고 휴대폰을 덮고 걸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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