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배 체육부장

“경기 중 부모님 생각이 몇 번 났지만 ‘아직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타이거 우즈 이후 24년 만에 마스터스 2연패를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킬로이 같은 대선수도 경기 중 부모님이 보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는 얘기일까. 아니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안다. 그는 “지난해 부모님이 현장에 오시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우승했다고 믿으시더라. 겨우 설득해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부모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승을 확신한 순간에 관해선 “18번 홀(파4) 파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췄을 때 그린 뒤에 있던 가족이 보였다”고도 했다.

매킬로이는 경기가 잘 안 풀리면서 혹여 우승을 못 하면 경기를 직관한 부모님이 자신들을 탓하며 엄청난 마음의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7년 만에 마침내 오거스타에서 그린재킷을 입기까지 그를 괴롭혀 왔던 이른바 ‘오거스타의 저주’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의 부모님도 이런 징크스(jinx)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난해 저주를 털어낸 매킬로이는 이런 징크스까지 과감히 깨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조의 상대가 캐머런 영(미국)이었다는 점도 불길한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가 그해 마스터스도 우승하는 우연이 2년 연속 이어졌고, 때마침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인 영이 공동 1위로 챔피언조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라운드 전반 한때 영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공동 4위까지 밀렸을 때는 더욱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 수 있다.

사실 매킬로이는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조에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동반 플레이를 한 것도 불길했다. 그해 US오픈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1m 퍼팅을 놓치고 뒷조에서 플레이하던 디섐보에게 우승을 내주며 최악의 장기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챔피언조 경기에서도 경기 초반 디섐보가 앞서 나가자 적지 않은 사람이 ‘저주’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다. 오거스타에서 매킬로이의 흑역사는 2011년 대회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 80타를 치며 우승을 놓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4개의 메이저 대회 가운데 마스터스 우승만 따내지 못하면서 오거스타 내셔널은 마지막 퍼즐이 돼버렸다. 그는 그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사전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를 건너뛰기도 했었다.

그에게 드리워졌던 ‘저주’라는 말은 그의 불행을 바라고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팬들을 더 경기에 몰입하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양념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징크스도 마찬가지다. ‘비과학적 잔재’로 무조건 없어져야 할 악(惡)은 아니다. 이런 것들이 빠지면 스포츠는 재미없어진다. 특히, 멘털이 중요한 골프에서는 더 그렇다.

저주와 징크스를 극복하는 것은 스포츠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매킬로이가 이번에 확실히 정답을 얘기했다. 그는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처럼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기자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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