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권력은 사람 바꿀 만큼 중독성

집권 1년 李 새벽에도 SNS 글

이스라엘 反인권 발언 논란 커

 

與는 거침없이 제도 붕괴 앞장

견제해야 할 野 학습된 무기력

선거 코 앞에 두고 대표는 출국

“새벽 3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 커다란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나는 어디에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중략) 나는 푹 잘 수 있었고, 오히려 아침이 빨리 오기를 고대했다.” 1940년 5월 윈스턴 처칠은 총리로 임명된 첫날 밤을 이렇게 회고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처칠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강한 ‘도파민’에 자극돼 큰 안도감을 가졌다는 역설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카르스텐 C 셰르물리는 저서 ‘권력 중독’(미래의창)에서 “권력은 일종의 중독작용을 일으킨다”면서 “권력은 아예 사람을 바꾼다.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행동양식이 바뀌며, 감정의 결도 변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못된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지면 못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권력은 한 번 맛을 보면 끊지 못하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몇 번 한 정치인들이 여의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만 있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객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도 “이번엔 꼭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권력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집권 1년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권력 중독’ 상태를 의심할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새벽 2∼3시에도 텔레그램 등 SNS로 참모나 장관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14일 새벽 0시 20분쯤에도 ‘오목 좀 둔다고 명인전 훈수하는 분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스라엘의 반인권 관련 글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반박하는 글을 새벽에 올렸다. 이렇게 잠을 자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데 국무회의 생중계를 보면 이 대통령의 얼굴에 늘 생기가 돌고 힘이 넘친다. 참모들은 “이런 상태로 1년을 버티기가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처칠과 닮았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참모회의 때 툭 던지는 어젠다는 곧바로 정치·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내 말 한마디가 야당 대표 때와는 달리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국민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최근 대통령의 말이나 SNS 글을 보면 중독의 경계를 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스라엘의 반인권 관련 글이 대표적이다.

보편적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고 하지만 사실관계도 다르고 이스라엘의 반발을 의식해 수습할 만한데도 4차례나 추가 글을 올리며 응수하고 있다. 대선 당시 중국의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셰셰하면 된다”고 했던 이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이후에는 ‘인권 투사’가 되기라도 한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권력을 쥐면 인지구조도 달라진다. 타인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고 어떤 일을 쉽게 일반화한다’는 지적이 떠오른다.

여당의 권력 중독 증상도 만만치 않다. 야당의 견제가 사라지면서 법안 통과에 거침이 없다. 마음먹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보니 쓴소리도 마이동풍에 불과하다. 재판소원제,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등을 법조계의 강한 반발에도 통과시켰고, 신앙처럼 생각하던 ‘검찰 폐지’도 완수했다. 2차 특검에 이어 3차 특검도 하겠다고 하고, 이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의 공소시효를 없애겠다고도 한다. 후유증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그때 가서 고치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의식도 못 느낀다. 사법 장악의 대표적인 사례인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독주를 멈추지 않는다.

권력을 맛본 사람은 권력을 자발적으로 내려놓거나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권력을 행사할 때 강한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끼지만, 권력이 위태로워지면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런 권력 중독의 해독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이길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선거 50여 일을 앞두고 당 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하는데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우리는 이길 수 없다’는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만 고통스럽다.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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