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억제책, 되레 수요 부추겨”
예기치 않은 정책 부작용 최소화
방향·속도조절… 최선결과 유도
이재명 대통령이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유류 소비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실용주의 기조를 보여 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의도와 달리 정책의 부작용이 일부 나타날 경우 방향과 속도를 조정해 최선의 결과를 유도하는 접근이라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로 인해 ‘석유 사용이 증가했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관련 비용이 일부 충당되고 있고, 또 고유가의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에너지 절약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최고가격제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라며 “기업과 국민도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유류 가격을 억제한 최고가격제 시행이 과다 수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 역시 전날(14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생산 원가와 실제 판매가의 차액 부분을 정부가 다 보전해 주게 되는데 그게 다 국민 세금”이라고 했다.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근거한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제유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정유사의 손실을 사후에 보전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고가격 지정과 관련해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강조해 온 ‘실용 노선’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책의 취지를 살리되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부 사항은 수정·변경할 수 있는 유연함을 보여 주는 사례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당정은 오는 24일로 예상되는 4차 고시에서 석유 최고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좀 더 사놓자’는 가수요까지 겹쳐 최고가격 지정의 수요 억제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용이 아닌 일반 승용차 이용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기 위한 ‘K-패스’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적용된 3차 최고가격을 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 2차 고시 가격 그대로 동결한 바 있다.
다만 ‘가격을 눌러 소비가 폭증했다’는 주장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 “가격 신호 왜곡 등의 대가를 수반할 수 있으나 정부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 쪽을 선택했다”며 “구조에 대한 이해 위에서 논쟁을 해야 이 제도를 언제,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종료할 것인지에 대한 더 나은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윤석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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