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15일 오후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응한 민생 안정 및 경제 활력 회복 방안을 논의한 제54차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5일 오후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응한 민생 안정 및 경제 활력 회복 방안을 논의한 제54차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지역 철강업체 4억 피해 예상·의료기기 업체 8억 긴급 지원…거래 지연·계약 보류 현실화

부산 1조2620억 비상대책 가동…전국 지자체도 자금·세제·민생 안정 대책 확대

글·사진 부산=이승륜 기자, 전국부 종합

#사례1. 부산의 한 철강제품 업체는 중동 항로 물류비 불확실성으로 신규 거래가 지연되며 약 4억 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 #사례2. 의료용 보조기기 업체는 계약이 보류되면서 자금 흐름이 막혀 정책자금 약 8억 원을 긴급 지원받았다. #사례3. 수산물 유통업체는 항로 봉쇄로 해외에서 들여오던 물품 회수가 지연되는 등 물류망 차질까지 겪고 있다.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가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거래 지연과 계약 보류, 공급망 마비로 번지면서 산업 현장 전반에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선언했지만 국제유가 급등과 나프타 등 원자재 수급 불안은 여전하다. 지역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되자 지자체들은 특별 대응 체계를 가동하며 ‘민생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물가 불안이 민심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부산, 비상경제대책회의, 1조2620억 등 지자체 대응 수위 상승

부산시는 중동발 위기에 맞선 대응 수위를 기존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15일 밝혔다. 시는 이날 오전 시청 대회의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주재로 제54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 방향과 민생 안정, 지역경제 활력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박 시장과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협·단체, 유관기관 대표 등 경제 관계자 33명이 참석했다.

앞서 부산시는 중동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 2월 28일 시장 주재 긴급회의를 열고 부산시와 22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비상대응반을 구축해 운영해 왔다. 비상대응반의 일일 모니터링과 부시장·실국장 주재 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기업 애로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일 기준 외항화물운송업, 수산물유통업, 의료용보조기기업종 등 분야 20개 지역기업이 선적·보관·운임 등 물류 분야 문제 14건, 대금회수 문제 4건, 계약보류·파기 문제 2건 등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는 또 지난달 1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500억 원 규모 특별자금을 공급하며 해외 물류비와 수출입 애로 중소기업 바우처 지원도 확대했지만, 최근 중동 상황이 휴전 합의와 국지적 충돌이 엇갈리는 불확실성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보다 종합적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부산시는 이번 회의에서 민생 안정, 기업 활력, 에너지 구조 전환 등 3대 분야 10개 추진 과제, 34개 시책으로 구성된 총 1조2620억 원 규모 비상경제대책을 발표했다. 또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5508억 원을 편성해 이 가운데 4853억 원을 경제 회복 분야에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이번 대응책은 지역 기업 지원을 위한 단기 대책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대책까지 함께 고려한 것”이라며 “민생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 안정 총력…고유가 지원·교통비·소비까지 확대

민생 안정 분야에서는 고유가로 직접 타격을 받는 취약 부문과 서민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시는 고유가 피해 지원과 물가 안정, 내수 활성화, 고용 안전망 강화 등을 중심으로 시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화물자동차와 마을버스 업계의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 엔진오일, 요소수, 타이어 등 안전운행물품 구매비를 지원한다. 화물자동차에는 90억 원, 마을버스에는 1억 원을 각각 새로 편성해 화물차 2만9700대, 마을버스 355대가 지원 대상이다. 국비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연안어선에는 유류비 인상분 일부를 보조하기 위해 5억 원을 편성했고, 농기계 보유 농가의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에도 1억 원을 반영했다.

산업단지 근로자 지원도 강화한다. 시는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강서구 녹산 지역을 중심으로 통근버스 7대를 긴급 추가 투입해 기존 57대에서 64대로 늘리기로 했다. 관련 예산은 2억 원이다.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덜기 위해 K-패스 환급률도 기존 30%에서 최대 83%까지 한시 상향한다. 이를 위해 118억 원을 추가 편성해 관련 예산을 668억 원에서 786억 원으로 늘렸다. 소득 하위 70% 시민에게 계층별·지역별로 15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에는 총 4503억 원이 반영됐다. 이 중 국비는 3798억 원, 시비는 705억 원이다.

물가 안정 대책도 포함됐다. 부산시는 종량제봉투 수급 안정화와 지방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착한가격업소 이용 시민에 대한 동백전 캐시백 5% 추가 지원에 나선다. 착한가격업소 인센티브 보상금으로는 2억5000만 원을 신규 편성했다. 지역 상품 구매 확대, 소상공인 공공배달서비스 활성화, 국내관광 활성화 마케팅 지원 등 내수 회복 대책과 함께 고용 안전망 강화 정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기업 활력 지원…5000억 자금·수출·공급망 전방위 대응

기업 활력 분야에서는 자금 지원과 수출입 지원, 산업별 공급망 안정화, 원스톱 애로 해소가 핵심이다. 우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난을 덜기 위해 중소기업 운전자금을 5000억 원 추가 확대한다. 이에 따라 전체 중소기업 운전자금 규모는 8680억 원에서 1조3680억 원으로 늘어난다. 관련 이차보전 예산은 57억 원이 추가돼 300억 원에서 357억 원으로 확대된다. 또 만기 도래 예정인 776개 기업의 운전자금 상환 기한을 6개월 연장하고, 이를 위한 예산 15억 원도 신규로 편성했다. 여기에 1000억 원 규모의 ‘원자재 공동구매 전용 특화 금융’도 신설한다.

수출입 기업 지원도 확대된다. 중소기업 수출 애로 바우처 지원 한도는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상향되며, 이를 위해 해외마케팅 활동지원 예산 3억 원이 추가돼 총 38억 원이 편성됐다. 신발산업은 해외 물류비 지원 한도를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리고 관련 예산도 2억 원에서 2억3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기계부품산업은 수출입 물류비 지원을 넘어 원자재 공동구매 지원까지 확대한다. 관련 예산은 4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늘어 10억 원이 추가됐다. 지원 대상도 10개사에서 200개사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다.

산업별 공급망 대응도 세분화했다. 조선기자재 분야는 공급망 위기 대응 공동납품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섬유패션 분야는 산업단지 내 원부자재 공동 비축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억5000만 원을 신규 반영했다. 자동차부품 분야는 미래차 전동화 요소부품 기술 산업화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수산식품 분야는 수출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 한시적 포장재 지원에 나선다. 수산식품 기업에는 업체당 최대 1000만 원 한도에서 포장재 구매비의 30%를 지원하며, 관련 예산은 3억 원이다.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한 창구도 강화된다. 시는 기존 디지털경제실 중심 안내 체계에 더해 부산상공회의소 ‘원스톱기업지원센터’와 부산경제진흥원 ‘수출 원스톱센터’ 두 곳에 전용 창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더 자주, 더 편하게 찾는 현장 접점에서 상담과 지원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위험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물류·자금 애로를 즉시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중동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에는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과 최대 1년 징수유예, 세무조사 연기 등 세제 지원도 병행한다.

◇에너지 전환까지 병행…위기 ‘구조 개선’으로 대응

에너지 구조 전환 분야에서는 이번 위기를 산업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시는 신평·장림산단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 사업과 에너지 융·복합 지원사업을 확대해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기장 청정에너지 융합허브 구축, 가덕 그린에너지 시티 조성, 기장군 일원 햇빛소득마을 조성 등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해 지역 특화형 에너지 신산업 기반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에는 도시철도와 공공의료 등 공익시설 운영 정상화를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부산교통공사 재정지원금 122억 원을 추가해 총 2272억 원으로 늘리고, 부산의료원 출연금도 78억 원을 증액해 188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자치구의 자체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정교부금 300억 원도 편성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 제작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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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도 동시 대응…강원 대전 긴급 자금·울산 유가·광주 특례보증 지원

중동 위기에 분주한 지자체는 부산 뿐만이 아니다. 전국 지자체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강원도는 비상경제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100억 원 규모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신속 집행해 수출기업 물류비와 보험료 지원을 확대했다.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60억 원 규모 농업용 면세유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총 52억 원을 투입해 요소 등 무기질비료 6만5237t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2년간 구매 이력이 있는 농업경영체에는 가격 상승분의 80%를 할인 공급하는 방식이다.

대전시는 중동 사태 직후 구성한 비상경제대책본부를 자치구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총 500억 원 규모 긴급 경영자금을 편성해 피해 기업당 최대 5억 원까지 2%대 저금리로 지원한다. 충남도는 정부 추경 전 자체 재원으로 총 835억 원 규모 민생경제 패키지를 가동했다. 이 가운데 587억 원은 중소기업 지원에 투입되며, 수출·물류 기업에는 기업당 최대 5억 원 융자와 1년간 3% 이자 보전을 지원한다.

울산시는 민생경제 대응 긴급회의를 열고 농업용 면세유 유가보조금 1억1600만 원을 지원하고, 어업용 면세유 인상분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등유·LPG를 사용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에는 에너지상품권을 가구당 5만 원 추가 지급해 총 지원액을 51만 원에서 56만 원으로 확대한다.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긴급 경영안정자금과 물류비 지원, 수출보험·보증료 지원, 환위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물가대책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가격 동향을 상시 관리하고, 특별관리품목과 가격표시제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종량제봉투는 재고와 생산·판매 현황을 일일 점검하며 사재기와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 단속도 병행한다.

광주시는 당초 하반기 예정이던 200억 원 규모 특례보증을 상반기로 앞당겨 시행한다. 또 수출입기업 약 1000곳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 100억 원과 수출진흥자금 30억 원을 투입해 총 130억 원 규모 자금을 신속 집행하고 있다. 전남도는 500억 원 규모 긴급 민생경제 대책을 추진 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난방비 지원 45억 원, 농어촌 공중목욕장 유류비 지원 2억4000만 원, 농식품 제조기업 지원 1억4000만 원 등을 담았고,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대책비 114억 원, 농어민공익수당 1561억 원도 지급한다. 면세유 인상액 50% 지원 415억 원의 정부 추경 반영도 추진 중이며, 지역사랑상품권 추가 할인 30억 원, 석유화학산업 근로자 복지·구직·채용 지원 122억 원도 포함했다.

◇대구시는 에너지 다이어트…경북도는 세제 지원 대응도

대구시는 공공기관 중심 ‘에너지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적정 실내온도 준수, 조명·전기기기 합리적 이용, 대기전력 저감, 승용차 5부제, 에너지 절약 교육 등을 시행하는 한편, 행정사무형·대민서비스형·문화체육도서관형 등 기관 유형별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동시에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기업당 최대 400만 원의 수출 물류비와 최대 700만 원의 수출보험료를 지원하고 긴급 경영안정자금도 편성했다. 운송업계에는 500억 원 규모 특별보증을 통해 기업당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하고 보증료율은 0.8% 이내로 감면한다.

경북도는 세제 지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수출 차질과 물류비 상승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취득세와 지방소득세 등 신고납부 세목의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재산세 등 부과고지 세목은 고지를 유예한다. 이미 고지된 지방세 부과액이나 체납액에 대해서도 징수유예와 체납처분 유예를 적용해 기업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각 지역의 대응이 공통적으로 기업 지원과 민생 불안 차단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며 “종량제봉투 등 생활필수품은 재고 점검과 현장 관리를 통해 수급 안정 상태를 유지하며 시민 불안 심리 확산도 막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하면 기업 비용 증가를 넘어 거래와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단기적 자금 지원을 넘어 에너지와 물류 구조 전반을 손보는 중장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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