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이의 올댓클래식 - 예술의 전당 신임 사장에 기대와 우려
“새로운 활기 기대” 긍정평가 속
‘보여주기식’ 낙하산 인사 불신
‘최초 여성’등 화제성 소비 지양
실무 이후 비판해도 늦지 않아
장한나의 예술의전당 사장 임명 소식에 의견이 갈린다. 지인들의 반응도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어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결정”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혹자는 “부적합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인사”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해프닝도 있었다. 장한나가 SNS에 영어로 예술의전당 ‘President and CEO’로 임명되었다고 알린 게시글이, 한글 자동 번역 과정에서 ‘회장 및 대표이사’로 옮겨졌다. 실제 직책명은 사장이다. 이에 “본인 직함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는 이런 오해가 적지 않은 공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극명하게 양분되는 의견은 단순한 하마평을 넘어선다. 기대와 불안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왜 이토록 평가가 엇갈리는가. 여러 요소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대한 누적된 피로다. 공공 문화기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반복된 낙하산 논란, 혹은 상징성이나 스타성에 의존하는 인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다. 장한나라는 이름이 가진 인지도가 도리어 불신을 키우는 상황이다.
둘째, 대중들이 지닌 ‘천재 첼로 소녀’ 서사다. 장한나가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날린 것은 열한 살 때 일이다. 이로부터 30년이 흘렀고 1982년생인 그도 어느덧 불혹이 넘었다. 그녀는 독일 함부르크심포니, 노르웨이 트론헤임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을 통해 지휘자로서 실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장한나를 ‘신동’이라는 박제된 이미지로 주로 기억하는 한, 그를 예술의전당을 경영하는 행정 수장으로 공정히 평가하는 것은 애당초 험난한 일이 된다.
셋째, 가장 본질적인 우려다. 한국 공연계는 예술가와 행정가를 분리된 존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뛰어난 연주자나 지휘자가 곧바로 기관 운영자로 전환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조적 회의다. 이는 예술 경영이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분화돼 온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나아가 장한나가 직책을 수행하기 위해 해외 지휘 활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을 두고, “오히려 음악가로서의 커리어는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렇다면 예술가와 행정가는 명확하게 구분된 것인가. 해외 사례는 보다 복합적인 답을 제시한다.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戶)시에 자리한 미토예술관은 콘서트홀, 미술관, 극장을 아우르는 복합문화예술시설이다. 이곳에 2013년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관장으로 부임했다. 그의 역할은 전통적 행정 책임자와는 조금 달랐다. 그는 1990년 미토 체임버 오케스트라 창단 당시부터 깊이 관여하며 기관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해온 인물이었다. 관장 취임은 행정 권한의 부여이기도 했지만, 그가 형성해 온 예술적 비전을 기관 전체로 확장한 사건이었다. 즉 그는 행정 일을 총괄하는 관장인 동시에, 복합기관 전체를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설계하고 조율하는 총감독형 디렉터에 가까웠다.
물론 전설적인 명지휘자 세이지의 경력과 장한나의 지휘 이력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경우는 음악인의 역량이 기관 운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된다.
걱정과 염려는 정당하다. 문체부 보도자료가 밝히듯 “장한나가 32년간 축적한 현장 경험과 리더십, 세계적 네트워킹을 토대로 공연예술에 대해 깊은 이해를 겸비”하고 있더라도 경영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 번역으로 인한 착오를 ‘자신이 임명된 직함도 모르는 함량 미달’로 단정하고, 그의 경력을 신동 시절의 영광으로 한정하며 최초 여성, 최연소 사장 같은 화제성으로만 소비하는 방식은 건설적이지 않다. 우리는 아직 장한나의 능력이 복합 문화기관이라는 또 다른 초거대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울리게 할지 들어보지 못했다. 비판과 질정은 실무 이후 가해져도 늦지 않다.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과 이미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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