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안전도 54.3점 ‘최근 3년 최고’…그러나 불안은 여전
전력·통신·의료 동시 마비 ‘국가기반체계 붕괴’ 최대 위협
소방 신뢰 1위·국회 최하위…“재난 정쟁화 중단” 요구 1위
부산=이승륜 기자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실시된 국민 인식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 체감도’는 개선됐지만, 대형 참사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깊게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은 조금 더 안전해졌지만, 재난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동아대 대학원 재난관리학과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는 ‘2026 Korea Safety Report(대한민국 국민 재난안전 인식 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와 씨지인사이드가 공동으로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체감하는 대한민국의 전반적 안전도는 100점 만점에 54.3점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각종 재난 대응 체계와 안전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국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응답자의 47.0%는 “나와 가족이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를 겪을 가능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일상의 안전’과 ‘재난에 대한 공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적 인식이 확인된 셈이다.
불안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었다. 과거처럼 특정 사고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전력·통신·금융·의료 등 사회 핵심 시스템이 동시에 무너지는 ‘국가기반체계 마비’가 올해 가장 우려되는 재난(37.3%)으로 꼽혔다. 또 향후 10년 내 가장 걱정되는 재난으로는 정체를 예측하기 어려운 ‘신종 불확실 재난’이 61.4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재난이 점점 복합화·대형화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해선 ‘시민 안전의식 향상’이 27.9%로 가장 많이 꼽혔다. 실제 제도 개선보다 시민들의 경각심이 더 크게 달라졌다는 인식이다. 반면 ‘변한 것이 없다’(22.7%)거나 ‘오히려 나빠졌다’(6.9%)는 응답도 적지 않아, 체감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렸다.
재난 대응 주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극명하게 갈렸다. 현장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소방청은 65.7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회는 34.3점으로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장’과 ‘정치’ 사이의 신뢰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이 같은 인식은 국민이 꼽은 최우선 과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25.7%는 ‘정치권의 재난 정쟁화 중단과 초당적 협력 체계 구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재난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대한 피로감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규 동아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 소장은 “국민이 체감하는 신뢰 격차와 정치권에 대한 냉정한 평가, 미래 재난에 대한 우려는 향후 재난관리 정책의 가장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며 “국민 체감 중심의 ‘재난안전 인식지수’와 국가 리스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국가 안전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