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개정 노동조합법이 지난 3월 10일 시행되면서 우려했던 산업 현장의 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370여 개의 원청을 상대로 1000개가 넘는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고, 소속 조합원은 15만 명에 이른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과 해석지침 등을 통해 혼선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사용자 판단과 관련한 혼란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기업이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수록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안전관리의 역설’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기업에 하청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강하게 부여한다. 원청은 안전 가이드를 제공하고, 현장을 점검하며,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안전보건상의 조치가 노란봉투법의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행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즉,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하청 근로자의 업무 환경에 개입하면 노란봉투법상 ‘사용자’가 돼 단체교섭 의무를 지게 되고, 반대로 개입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처지가 된다는 것이다. 법 시행 전부터 경영계가 “산업안전보건법 등 타 법령 준수를 위해 행하는 필수적 조치가 사용자성(性)을 인정하는 ‘지배·결정’의 근거로 오용되지 않도록 하는 명시적 배제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유이다.
또한, 많은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때 교섭 의제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아 원청회사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교섭 의제에 따라 사용자 판단이 달라지는 노란봉투법의 특성상 교섭 의제를 알아야 원청이 사용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데 하청노조가 교섭 의제를 알려주지 않으면서 원청이 교섭을 거부한다며 비난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 역시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때 의제를 명시토록 했으면 될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단체교섭 거부에 따르는 형사처벌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면 곧장 수사기관이 개입해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 범위가 모호하게 확대됐는데도 부당노동행위 우려 때문에 사용자들은 노동위원회 판정을 법원에서 다투기도 어렵다.
이처럼 노동계의 단결권이 강화됐음에도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의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미 한화오션의 급식·청소 하청업체인 ‘웰리브’ 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원청 교섭을 촉구하며 거제조선소 부지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 앞으로 원·하청 교섭이 본격화할 경우 사업장 점거 등 불법쟁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개정 노조법으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마저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정부의 사용자성에 대해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완해야 할 사안이 있으면 법 시행 초기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는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해당하는 문제이다. 앞으로 최소한 노사관계의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라도 노란봉투법 보완에 정부와 국회가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