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경제부 차장
신현송호(號) 한국은행의 출범이 다가왔다.
금융위기를 예견한 석학이자,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정책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신 후보자에게 학계에서는 찬사에 가까운 평가를 보내고 있다.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런던정경대(LSE)의 로니 라진 경제학부장은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기실현적 기대가 어떻게 통화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으며, 금융위기 이전 과도한 레버리지와 상호 연결된 금융 리스크를 가장 명확하게 경고한 학자”라면서 “그의 학문적인 기여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적인 배경에 따른 논란도 있었다. 다만, 해외에서 경력을 쌓은 그의 상황을 보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고의적인 행위는 없었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미국의 가족 명의 주택과 서울 오피스텔도 매물로 내놓았다. 그는 “한국을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귀국했다”며 외화자산 대부분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가 그에 대해 “외화자산보다 애국심이 훨씬 크리라 믿는다”고 한 말에서 알 수 있듯 진정성은 보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을 어떻게 펴나갈 것인지다. 신임 총재는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고유가·고환율·저성장의 삼중 위기를 헤치고 한국 경제가 순항하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의 핵심은 물가 안정”이라며 중동 리스크의 진행 상황에 따라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전이돼 2차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경우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을 우선하되 경기와 금융 안정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말해 취임 직후 통화정책 방향을 조정하기보다 물가와 환율 흐름을 먼저 살피면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자적 통찰력과 정책의 날카로움, 애국심을 가졌다 하더라도 중앙은행 총재로서 그의 약점은 있다. 오랜 해외 생활로 국내 정책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서 일한 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 독보적인 그의 글로벌 경험과 학자적 명성만큼이나 전임 한은 총재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취약점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이라는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국내의 다양한 정책 파트너들과 소통할지에 대한 부분은 예상이 쉽지 않다. 한국 특유의 정책 환경은 국제 무대의 거시경제 원칙과는 분명 다른 지형이다. 또 다른 스타 경제학자 출신 중앙은행 총재인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사례도 있다. 라잔 전 총재가 취임하던 2013년 인도는 ‘취약 5개국’(Five Fragile)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통화와 외환 불안이 높았다. 고환율·고물가·저성장의 위기 속에서 취임한 그는 빠르게 물가 안정을 이뤘지만, 정부와의 잦은 충돌 끝에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경제 주체들과 만나 소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신 후보자도 자신의 약점을 모르지 않는다. 이 세계적 학자의 애국적 소명의 결과가 성공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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