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헌법 개정안 공고됐지만 조용
2017년 개헌안 野 반대로 무산
국민 공감대 外에 시기도 중요
국민투표는 전반적 정비 취지
원포인트 개헌 시도 무산 배경
서두르지 말고 공감대 넓혀야
헌법은 국가의 최고 규범이다. 국가의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과 명령·규칙 및 자치법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법치국가에 있어 헌법이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최상위 법임을 말한다. 그런 헌법의 개정안이 국회의 범여권 국회의원 187명에 의해 발의(지난 3일)됐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이를 공고(지난 7일)했다. 그런데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 개정안이 공고됐는데도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으로 건국한 후 현행 헌법까지 9차례나 개정을 했다. 그동안 대통령의 선출 방법 또는 임기 연장을 목적으로 한 헌법 개정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유신헌법’이라 불렸던 1972년 제7차 개정헌법은 대통령에 권력을 집중시킨 대통령중심제였다.
헌법 개정의 역사를 바꾼 것은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이다. 당시 헌법 개정은 국민의 대통령직선제 요구를 수용했고, 기본권 조항을 정비하면서 그 보장을 강화했으며, 헌법재판소의 재도입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조항을 신설했다. 이렇게 현행 헌법은 여론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국회 헌법개정소위에서 개정안을 만들고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됐다.
우리나라가 헌법 개정 절차에 국민투표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62년 제5차 개정헌법 때이다. 그 전의 헌법 개정은 국회의 의결로 확정됐다. 다만 특이한 것은, 1954년 제2차 개정헌법부터 1960년 제4차 개정헌법까지 50만 인 이상의 선거권자인 국민도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962년 헌법부터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투표까지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후의 헌법 개정은 전면 개정 형태로 이뤄졌다. 특히 현행 헌법은, 1980년 제8차 개정헌법을 전면 개정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헌법이 40년 가까이 시행되면서 헌법 개정을 하려면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립됐고, 그런 이유로 과거 대통령의 임기 변경을 내용으로 한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동안 현행 헌법에 대한 개헌 시도는 2000년대 이후 역대 국회에서 계속됐다. 특히 2017년에는 국회와 대통령에 의한 개헌 시도가 있었지만, 둘 다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개헌안들은 기본권 조항의 전면 개정과 통치구조의 재편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국회가 만든 개헌안에는 기본권 조항에서 ‘국민’과 ‘사람’을 나누어 국제적 인권 규범처럼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헌법개정안은 부분 개정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헌법 제명의 한글화,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등의 명시, 대통령의 계엄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 강화 및 국가의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의무 등이다. 즉, 이 개정안은 헌법 전문의 수정과 2개 조항의 수정 변경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 개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회는 헌재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은 조항을 비롯해 국민투표법을 전면 개정했다. 이후 헌법개정안이 범여권에 의해 발의됐다. 헌법이 국가의 최고 규범이고 개정 절차가 까다롭다고 해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다. 다만, 헌법 개정은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어 가능하면 시대정신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정비해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헌법 개정은 적절한 시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헌법 개정에 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확산됐지만, 개정안의 내용에 관한 공감대는 형성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짧은 시간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부분적인 헌법개정안은 논란만 유발할 수 있다. 더구나 두 달도 안 남은 지방선거가 있다. 그렇지만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선거와 병행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개헌은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을 변경하는 것인 만큼 서두를 게 아니라, 좀 더 여유를 갖고 국민에게 홍보하고 여론 형성을 통해 공감대를 확보한 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40년 가까이 시행되고 있는 현행 헌법의 장점을 살리면서 시대 변화를 수용하는 개정안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