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꼭 한 번은 먹어봐야 하는 음식? 어떤 음식이나 그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알릴 때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 그 음식이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국어 선생은 어쩔 수 없이 ‘살아생전’이란 단어에 눈길이 간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을 가리키는 이 말은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그 구성을 살펴보면 무척이나 재미있다. ‘생전(生前)’은 한자의 뜻으로만 보면 살기 전을 의미하니 이상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바로 그 앞의 ‘살아’이다.
둘 이상의 단어가 모여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명사끼리 만난 ‘국물’이나 형용사에 적당한 말끝을 붙인 뒤 합친 ‘찬밥’은 매우 흔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단어여서 익숙하다. ‘덮은밥’이 아닌 ‘덮밥’은 동사의 줄기가 명사와 바로 만났다는 점에서 어색하나 그래도 몇몇 사례가 있으니 봐줄 만하다. 하지만 ‘살아생전’은 영 어색하다. ‘살다’와 ‘생전’이 만나려면 ‘산 생전’ 정도가 돼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살아’가 결합됐다.
음식과 관련된 말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섞어찌개’이다. 이것이 ‘섞다’의 명령형 ‘섞어’와 ‘찌개’가 합쳐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먹자골목’은 분명히 누군가에게 함께하자고 권유하는 말 ‘먹자’가 사용된 단어이다. ‘먹자’라고 하면 이미 문장이 끝난 셈인데 여기에 다시 명사를 붙인 것이다. ‘먹자판’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진 단어 중 가장 생생한 느낌을 주는 것은 ‘떴다방’이다. 대개 투기 지역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불법 부동산 중개업소를 뜻하는데 치고 빠지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보다 정도는 약하지만 ‘먹자골목’이나 ‘먹자판’도 느낌이 강렬하다. 일단 먹고 보자는, 오로지 먹는 것으로 특화된 골목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도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먹는 건 죄가 아니니 떴다방보다는 낫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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