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지난 2월 말일에 시작된 미국·이란 간 전쟁이 한반도 안보 지형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던진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도 보이지만 종전(終戰)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의 서광 이면에서 한반도가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도 엄중하다. 전쟁 과정에서 군산과 평택의 패트리엇 포대와 성주 기지의 사드(THAAD) 자산 일부가 중동으로 재배치된 것은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나아가, 국군 파병 요청을 둘러싼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나라한 뒤끝은 혈맹이라는 가치에 기대어온 우리에게 국제관계가 선의가 아닌 손익 계산에 따른 냉정한 거래임을 일깨운다.
물론, 미군 자산의 이동은 전략적 차원의 운용일 뿐 이를 동맹의 약화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례는 우리 안보를 우리 무기로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국군은 세계적 수준의 한국형 다층방어체계(KAMD)를 통해 대응 역량을 강화해 왔으며, 패트리엇의 빈자리를 중동에서 요격 성능이 입증된 천궁-Ⅱ가 메우며 방위력의 내실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그런데 국제정치의 현실은 더욱 냉혹해질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비협조적이었던 나토(NATO) 회원국들을 향해 주둔 미군 재배치라는 보복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러한 행보는 아시아로도 번져,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를 빌미로 한국을 공개 비판하고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으로 계속 부풀려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다.
이러한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하고 동맹의 변덕을 억제할 힘은 결국 우리의 압도적인 전략적 가치와 ‘국방 피지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이제 일방적 수혜국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울 상호 의존적 파트너의 위치에 서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 역량과 미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능력은 미 해군의 전력 공백을 보완하는 핵심 자산이며, 원전 수출 공조는 에너지 패권을 공유하는 전략적 동반자임을 입증한다.
여기에다 강력한 지상군 전력과 최근 급성장한 K방산의 저력은 동맹의 무기고를 채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특히,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첨단 군사과학 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보여주는 혁신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필수 요소다. 우리의 결정적 능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맞설 강력한 지렛대이자, 한미동맹을 호혜적인 동맹 현대화로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산 기초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도적 리더십을 거쳐 계승됐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이를 ‘실용적 자강론’으로 완성하려 한다. AI 기반 스마트 강군 육성과 K방산의 경제화를 통해 ‘한국군 주도-미군 지원’이라는 호혜적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2026년 국방예산을 66조 원으로 증액하고 방위력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러한 자강 의지의 실천적 산물이다.
결국 중동이 평화의 시대로 돌아가더라도, 자신을 스스로 지킬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안보의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강력한 힘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평화는 구걸 아닌 상수가 되며, 전시 작전통제권 회복 또한 순리적으로 완성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냉철한 실력과 전략적 가치를 앞세워, 감상을 넘어 실질적인 평화를 만드는 국방의 시대로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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