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필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 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일 강경 발언 속에 이란을 둘러싼 긴장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군사적 승리가 정치적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이번 이란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미국의 전략적 여력과 신뢰가 평가되는 시점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을 떠올리면서 이란과 비교해 보게 된다. 이란과 북한은 다른 ‘국가’이지만, ‘닮은 듯 다른 위협’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가 있다. 닮은 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반미(反美) 정체성을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란은 중동에서 후티 반군 및 레바논 헤즈볼라 등과 ‘저항의 축’ 뒷배를 자처하면서 미국과 대립한다. 북한 역시 6·25전쟁 이후 반미를 체제 정당성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둘째, 핵·미사일 중심의 비대칭 전략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인 양국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통해 억지력을 확보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한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50∼60기 추정)를 실전 배치한 데 비해, 이란은 60% 고농축우라늄으로 잠재력을 축적하고 있다. 양국 간 미사일 기술 협력 가능성 역시 계속 제기돼 왔다. 셋째, 권위주의 체제이다. 이란은 종교와 정치가 결합된 시아파 신정체제이며, 북한은 왕조 세습적 개인독재 체제다. 형태는 다르지만, 체제 유지가 모든 정책의 최우선 목표이다.
그러나 ‘닮은 듯 다른’ 차이에 의해 위협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우선, 핵무기 완성도의 차이다. 이란은 핵 잠재국 시도 수준이지만,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끝낸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에 있다. 이 차이는 억제력의 질적 수준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이란의 뼈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국가 개방성과 경제 구조의 차이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서 에너지 수출과 중동 네트워크로 경제를 유지하나, 북한은 극단적 폐쇄 구조 속에서 중국·러시아와의 제한적 교역에 머문다. 또 하나, 지정학적 위치와 역할 차이다. 이란은 중동 질서를 움직이는 행위자인 데 비해, 북한은 동북아 안보 구조 속에서 전략적 변수로 생존한다. 이란은 영향력을 확장하는 국가이고, 북한은 생존을 관리하는 집단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도 성격이 다르다. 이란은 군사적으로 직접적 위협이 아니며 관리 가능한 대상이다. 반면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고착을 통해 군사적 위협을 상시화한, 가장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다. 경제적으로는 반대 상황이다. 이란 자체보다 우리나라의 원유 70%를 수입하는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의 불안이 한국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중동 의존적 에너지 구조는 곧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북한은 경제적 위협보다는 군사·정치적 리스크다.
이처럼 이란과 북한은 유사한 비대칭 전략을 공유하지만, 위협의 성격은 다르다. 따라서 대응도 구분돼야 한다. 북한에는 군사적 억제력을 중심으로 한 안보 전략이, 이란 변수에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및 해상교통로 보호 역량 강화 등의 경제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핵 잠재력 확보를 비롯해 군사 자강력을 강화하고, 경제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 원유 의존도 낮추기와 원전 확대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 중장기 에너지안보 전략도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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