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기관들 뉴욕·런던 현지실사

외국계 증권사와 논의나서지만

실제도입까진 최소 1~2년 전망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으로 탄력을 받은 국내 주식시장 결제주기 단축(T+2→T+1) 작업이 현장 실사와 실무 의견 수렴의 투트랙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증권 유관기관들은 미국과 유럽의 핵심 금융 인프라 기관을 찾아 운영 경험을 점검하고, 귀국 직후에는 국내 실무협의회를 통해 외국계 증권사와 수탁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다만 결제주기 단축은 단순히 전산 처리 속도를 높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청산과 원화 조달·환전, 글로벌 시차 문제 등이 함께 얽힌 사안이어서 실제 도입까지는 최소 1∼2년가량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뉴욕과 런던에서 결제주기 단축 관련 현지 실사를 진행한다. 미국과 유럽의 감독 당국, 인프라 기관, 시장참가자 협회 등을 만나 T+1 이행 과정과 병목 요인, 리스크 대응 전략을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해외 현지조사 이후에는 금융위원회를 총괄로 하고 한국거래소가 간사를 맡는 실무협의회(워킹그룹)를 중심으로 실무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한국은행·예탁결제원·금투협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를 통해 외국계 증권사와 수탁기관 등의 의견 청취가 병행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와 수탁은행들을 상대로 한국 시장에 T+1이 도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결제 업무상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반복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두 조사’ 형태의 서베이를 진행할 계획이다.

유관기관이 이처럼 실무협의회를 통한 의견 수렴에 무게를 두는 것은 결제주기 단축이 거래시간 연장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적인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체결 뒤에는 거래소가 회원사 간 주고받을 대금을 상계하는 네팅(netting) 절차와 예탁결제원의 결제를 거쳐야 하는데, 외국인 투자자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원화를 제때 조달해야 한다. 원화는 달러처럼 국제시장에서 즉시 조달되는 통화가 아닌 데다 글로벌 시차 문제까지 겹쳐 환전과 자금 조달 부담이 크다. 거래소의 대금 상계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비기축통화인 원화의 특성상 거액의 환전처를 찾고 글로벌 시차까지 극복해 자금을 납입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 이러한 병목 현상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결제주기 단축은 국내 전산망 정비를 넘어 글로벌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고차방정식이므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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