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문단 내 위계 구조 속에서 자행된 폭력을 고발하고, 무고범이라는 낙인과 신상 유포라는 가혹한 폭력에 맞서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홀로 견뎌낸 투사였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남긴 용기 있는 발걸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김현진 씨가 28세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여성네트워크는 18일 이런 내용의 성명을 내 애도했다.
고인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이은의 변호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짧았지만 빛나고 뜨거웠던 98년생 김현진님의 작별을 전한다”고 밝혔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인은 지난 2016년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 당시 시인 박진성씨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박씨는 2015년 9월 인터넷으로 시 강습을 하다 알게 된 고인(당시 17세)에게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약속해라” 등 성적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고인은 ‘문단 내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던 2016년 10월 트위터에 익명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박씨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고는 중대 범죄”,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등의 발언을 하며 폭로가 ‘허위 미투’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고인의 주민등록증을 게시하고 실명과 고향, 나이 등을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악성 댓글 등의 2차 가해에 시달리다 박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2024년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 변호사는 “(고인은) 용기 있고 총명한 청춘이었고 그가 낸 용기에 아주 많은 여성이 함께 손잡고 직진해 사필귀정을 일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국여성네트워크는 “가해자의 감옥행으로 비로소 피해자의 ‘7년 감옥’이 끝났다는 세간의 평가는 고인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라며 “고인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문장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사회의 정의를 묻고 있다”라고 했다.
장재선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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