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항모와 이란의 해협 통제가 만든 새 전쟁

멈춘 것은 총성이 아니라 전쟁의 방식이다

해협 봉쇄와 맞봉쇄, 협상에서도 팽팽한 기싸음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해협 봉쇄와 맞봉쇄, 협상에서도 팽팽한 기싸음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겉으로는 총성은 멈췄다. 이란 전선은 일시적 정지선 위에 서 있고, 해협은 조건부로 열리지만 봉쇄와 맞봉쇄로 대치된 가운데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유가하락에 안도하며 숨을 고르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평화가 아니다. 휴전은 시작됐지만, 충돌의 뿌리는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고 긴장은 더욱 깊게 뻗어간다. 멈춘 것은 총탄이 아니라 전쟁의 맥박이며, 그 심장은 여전히 거칠게 뛰고 있다. 지금의 고요는 폭풍전야의 정적일 뿐이다.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은 거의 끝났다”며 조기 종전을 강조하지만 “호르무즈는 절대 닫히지 않을 것”이라며 해상봉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면서도, 제재 완화와 우라늄 농축 권리,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왜 양측은 대타협(Grand Bargain)에 이르지 못하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서로가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게 고농축 우라늄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은 협상카드가 아니라 체제 생존 그 자체다. 완전한 봉쇄가 아니라 언제든 세계를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트럼프에게 항모강습단(CSG)과 상륙강습단(ARG), 그리고 역봉쇄는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다. 이미 꺼낸 칼을 거두는 순간, 트럼프는 전략적 후퇴와 정치적 패배를 동시에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이란은 포기할 수 없고, 미국도 물러설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협상은 평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를 겨루는 힘의 관리다. 트럼프는 ‘능동적 현존 함대(AFIB·Active Fleet in Being)’, 즉 행동 가능한 현존의 힘으로 질서를 강제하고, 이란은 ‘현존 위협(TIB·Threat in Being)’, 즉 존재 자체로 작동하는 위협으로 그 질서를 비싸게 만든다. 멈춘 것은 폭발음이 아니라, 전쟁이 움직이는 형식이다.

‘능동적 현존 함대(AFIB)’로 글로벌 해양질서 구축의 문턱에 선 트럼프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능동적 현존 함대(AFIB)’로 글로벌 해양질서 구축의 문턱에 선 트럼프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 트럼프는 이미 행동했다

트럼프의 강력한 힘이 되는 AFIB는 개념이 아니라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중동 상황을 아직 ‘전쟁 직전’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그것이 전면전의 형태로 폭발하지 않았을 뿐이다. 총력전은 유예됐지만, 전략적 타격과 해상봉쇄, 그리고 질서를 둘러싼 힘의 충돌은 이미 현실이 됐다.

초기 국면에서 미국은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을 집중 타격했다. 목적은 분명했다. 핵 개발 능력과 장거리 미사일 체계를 약화시키고, 협상 전에 전략적 중심을 흔드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협상 테이블의 위치를 바꾸기 위한 선제적 행동이었다.

트럼프가 “전쟁은 거의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해상봉쇄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교는 군사력 위에서만 작동한다는 사실을 먼저 보여준 것이다. 협상은 총성이 멈춘 뒤가 아니라, 타격 이후에야 가능해졌다.

항모강습단과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와 특수전 전력은 동시에 움직였다. 항모는 정밀타격을 수행하고, 상륙강습단은 제한적 점령과 통제를 준비하며, 특수전은 고가치 표적 제거를 담당했다. 이는 단순한 무력 과시가 아니라 완성된 실행 구조였다.

특히 F-15E 격추 이후 조종사 구조작전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백 대의 항공기와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특수전 전력이 동원된 이 작전은 단순한 구출이 아니라, 미국이 전장을 얼마나 깊이 통제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AFIB의 핵심은 ‘Center of Gravity Strike’, 즉 적의 중심을 단번에 흔드는 급소 타격이다. 장기 소모전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와 전략자산을 정밀 제거해 전체 구조를 흔드는 방식이다. 초기 공습이 바로 그 첫 단계였다. 트럼프에게 항모강습단은 단순한 군사력이 아니다. 그것은 떠다니는 군사기지이자 국제질서를 강제하는 이동식 권력이다. 특정 해역에 항모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공간의 규칙을 누가 정하는가를 의미한다.

그래서 트럼프의 AFIB는 단순한 군사 개념이 아니라 질서의 설계다. 존재가 곧 메시지이고, 행동 가능성이 곧 억지력이다. 트럼프는 이미 행동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은 결정적 타격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란의 ‘현존 위협(TIB)’  전략의 작동 원리.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제공
이란의 ‘현존 위협(TIB)’ 전략의 작동 원리.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제공

II. 이란은 싸우지 않아도 압박한다

트럼프가 행동 가능한 AFIB로 질서를 강제하려 할수록 이란의 대응도 더욱 정교해진다. 군사력의 절대적 우위에서는 미국이 앞서지만, 이란은 정면 승부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비대칭 구조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TIB(Threat in Being), 존재형 위협의 전략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해협 봉쇄’로 이해하지만, 핵심은 완전한 봉쇄가 아니다. 완전히 닫는 순간 미국의 즉각적인 대규모 군사개입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란은 해협을 닫지 않는다. 대신 열어두되, 언제든 닫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상업 선박의 통항은 허용하지만 군함의 접근은 제한한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쾌속정, 해안포와 미사일, 드론, 기뢰 부설 가능성은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만든다. 공격하지 않아도 상대가 먼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효율적 구조다.

이것이 바로 저비용 고효율의 비대칭적 TIB이다.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고, 그 위협이 곧 비용이 된다. 유가는 즉시 반응하고 해상보험료는 급등한다. 선박들은 우회 항로를 검토하고, 글로벌 공급망은 흔들린다. 세계는 아직 공격받지 않았지만 이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하며, 가장 좁은 지점은 약 33㎞에 불과하다. 이란은 바로 이 지리 자체를 무기로 만들었다. 항모를 직접 격파하지 않아도 해협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세계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 핵무기보다도 더 큰 위력을 전 세계에 발휘하고 있다.

특히 하르그섬은 이 전략의 심장부다.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이곳을 트럼프가 타격할 수는 있지만, 완전 파괴는 유가 폭등과 글로벌 경제 충격을 초래한다. 공격은 가능하지만 결과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란은 자신의 취약성을 오히려 상대의 제약으로 바꿨다. 가장 약한 지점이 가장 강한 방패가 된 것이다. 핵 능력 역시 같다. 고농축 우라늄과 핵 개발 능력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체제 생존 그 자체다.

이란은 싸워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쉽게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쟁은 총성이 아니라 비용으로 수행된다. 이 전략의 핵심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와 같은 주요 에너지 수입국의 생존선이 이 좁은 해협에 연결돼 있다. 가장 좁은 지점은 약 33㎞에 불과하고, 실제 안전한 통항로는 훨씬 더 제한적이다.

이란은 바로 이 지리 자체를 무기로 만들었다. 단순한 섬을 ‘취약성의 역전(逆轉)’이라는 전술로 바꾸어, 약점을 곧 방패로 만들었다. 트럼프가 군사적으로 이곳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란의 핵 능력 역시 같은 구조를 가진다. 고농축 우라늄과 핵 개발 능력은 단순한 군사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체제 생존의 상징이다. 이를 포기하는 순간 협상 실패가 아니라 체제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란은 싸우지 않으면서 싸운다. 핵을 발사하지 않아도, 해협을 완전히 닫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한 압박을 만들어낸다. 승패는 더 이상 누가 더 많이 파괴하느냐가 아니다. 누가 더 큰 부담을 상대에게 떠넘기느냐이다. 그리고 지금 이란은 바로 그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트럼프가 공격할 수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트럼프가 공격할 수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왜 하르그 섬은 끝까지 부수지 못하는가

석유 시설은 파괴가 금지된 목표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언제나 가장 먼저 공격받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그 반대다.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일수록 오히려 끝까지 파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르그 섬이 바로 그런 사례다.

하르그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그것은 이란 원유 수출의 심장부이며, 페르시아만 전체 에너지 흐름의 핵심 축이다. 하루 약 70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이곳은 이란 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선이다. 이란의 석유 수출 대부분이 이곳을 통해 이루어진다.

군사적으로만 본다면, 트럼프가 하르그를 무력화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작전이 아니다. 중부사령부(CENTCOM)의 상시 전력 약 5만 명에 더해, 3개 항모강습단과 2개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 특수전 전력, 그리고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까지 고려하면 하르그 전체를 기능 정지 상태로 만드는 것은 군사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하르그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이유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제약의 문제다. 하르그는 공격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완전 파괴가 전략적으로 금지된 목표에 가깝다. 하르그섬 파괴는 세계적 재앙의 방아쇠가 되기 때문이다.

첫째, 유가 폭등이다. 하르그가 완전히 마비되는 순간 국제 유가는 급등한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불안만으로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금융시장도 단순한 상승이 아니라 공포 상태로 진입한다. 150달러를 넘어서는 급등은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충격,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에게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유가 상승은 곧 국내 정치의 위기다. 선거를 앞둔 그에게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은 군사적 승리보다 더 직접적인 정치적 부담이다. 하르그를 파괴해 얻는 군사적 성과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후폭풍이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둘째, 환경과 인도주의 문제다. 하르그는 대규모 석유 저장시설과 해양 인프라가 집중된 공간이다. 이곳이 전면 파괴될 경우 해양 오염은 걸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해수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는 걸프 국가들에게 이는 생존의 문제로 연결된다. 즉, 하르그의 완전 파괴는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략적 충격이다.

셋째, 전쟁의 명분 문제다. 트럼프는 ‘해협 안정과 핵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하르그를 완전히 파괴하는 순간 국제사회는 이를 질서 유지가 아니라 경제 파괴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은 이미 해협 안정과 핵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해상 압박을 비판하고 있다.

하르그의 전면 파괴는 트럼프의 전략적 정당성을 흔들 수 있다. 즉, 이란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을 상대의 가장 큰 제약으로 바꾸었다. 하르그는 방어가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끝까지 파괴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TIB의 가장 정교한 형태다. 취약성을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 상대가 공격할 수는 있지만, 끝까지 결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이란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하르그는 단순한 에너지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이란의 최후 방패이며, 동시에 트럼프의 마지막 고민이다. 전쟁은 언제나 ‘무엇을 부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트럼프가 직면한 질문은 “부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부수는 순간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하르그 앞에서 트럼프는 바로 그 질문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미국 vs 이란의 이슬라마바드 회담의 구조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제공
미국 vs 이란의 이슬라마바드 회담의 구조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제공

IV. 협상은 외교가 아니라 비용 관리다

사람들은 협상을 전쟁의 그림자를 지우는 행위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와 이란 의 협상은 평화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이것은 전쟁의 비용을 조절하는 협상이다. 2026년 4월 20일 예정된 이슬라마바드 회담은 그 구조를 보여준다. 트럼프는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해협봉쇄 압박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대화지만 실제로는 군사적인 강압 속 협상이다.

트럼프의 요구는 사실상 항복 조건에 가깝다. 핵물질 회수, 핵농축 중단, 해협 기뢰 제거, 군함 통항 보장은 이란의 전략적 자산을 해체하라는 요구다. 반대로 이란도 핵농축 포기와 무조건적 해협 개방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제재 해제 없는 양보는 체제 후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 모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물러설 수 없고, 이란은 체제적으로 후퇴할 수 없다. 그래서 대타협은 없다. 가능한 것은 제한적 휴전, 조건부 해협 개방, 일부 제재 완화 같은 부분적 합의뿐이다.

이것은 평화가 아니라 ‘정지된 전쟁(Paused War)’이다. 총성은 멈췄지만 압박은 계속되고, 협상은 타결이 아니라 관리의 수단이 된다. 트럼프에게 시간은 압박이다.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부담은 빠른 성과를 요구한다. 반면 이란에게 시간은 무기다. 긴장이 길어질수록 상대의 비용은 커지고, 국제사회는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게 된다.

이 비대칭이 협상의 본질이다. 미국은 빨리 끝내고 싶고, 이란은 오래 끌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협상은 합의를 향한 과정이 아니라, 누가 먼저 지치느냐를 시험하는 시간의 싸움이 된다. 결국 협상은 평화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다. 전쟁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다. 이슬라마바드 회담의 진짜 질문도 이것이다. 누가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버티지 못할 것인가.

자유통항에 적극적 참여 vs 비용부담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자유통항에 적극적 참여 vs 비용부담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전쟁의 기준은 달라졌다. 과거에는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승리였지만, 21세기의 전쟁은 ‘흐름’을 누가 통제하는가에 달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트럼프는 항모강습단과 상륙강습단으로 질서를 만들고, 이란은 해협 통제와 존재형 위협으로 그 질서를 비싸게 만든다. 하나는 AFIB, 즉 행동 가능한 현존 함대전력이고, 다른 하나는 TIB, 즉 존재 자체로 작동하는 위협이다. AFIB는 행동으로 질서를 만들고, TIB는 존재로 그 질서를 가격화한다. 현대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이 파괴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더 큰 부담을 상대에게 떠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닫지 않지만, 언제든 닫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계를 흔든다. 트럼프는 할 수있지만 하르그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한다. 부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이제 총성이 아니라 비용의 구조로 수행된다. 지금의 협상도 평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다. 누가 먼저 지치고 누가 먼저 버티지 못하는가를 겨루는 힘의 관리다. 그래서 대타협은 없고, 있을 수 있는 것은 더 큰 충돌을 잠시 늦추는 부분적 합의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의 불안정이 한국의 에너지와 공급망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의 불안은 곧 한국의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은 관전자가 될 수 없다. 청해부대와 소해부대는 단순한 파병이 아니라, 자유 통항이라는 해양질서를 유지하는 전략적 현존이다.

한국은 청해부대를 중심으로 ISR 능력을 강화하고, 연합 호송 및 해상통제 작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호르무즈의 기뢰는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생존 문제이기 소해부대 파병 역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밖에서는 해양질서에 참여하고, 안에서는 북한의 해양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해양질서 유지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그 비용만 감당할 것인가. 이것이 지금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멈춘 것은 총성이 아니다. 멈춘 것은 전쟁의 방식일 뿐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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