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 때 한미관계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입장을 빼면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주미 한국 대사와 주한 미국 대사 문제로 갈등이 컸다. 문재인 정부 첫 주미 대사로 경제학자인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나갈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그의 후임 지명 땐 갈등이 표면화했다. 청와대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내정했다가 외교관 출신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교체했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문 특보의 주미 대사 내정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미국 측에서 아그레망을 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문 정부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문 특보가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2017년 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계 외교·안보 전문가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를 주한 미 대사로 내정, 아그레망까지 받아놓고 돌연 지명 절차를 중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 교수의 대북정책 견해차 때문에 지명이 포기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3형’ 발사 등 연쇄 도발을 벌인 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했던 ‘코피작전’(북한에 대한 제한적인 폭격)에 차 교수가 비판적인 게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입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태평양군사령관을 지낸 해군 4성 장군 출신 해리 해리스를 대사로 임명했다. 친문(親文) 인사들은 그의 어머니가 일본계인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트럼프 2기 첫 주한 대사로 한국계 미셸 박 스틸(박은주·71) 전 연방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6·25전쟁 때 북한에서 부산으로 피란한 실향민의 딸로, 20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정치인으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시절엔 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였고, 다큐멘터리 ‘건국전쟁’(2024)이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상영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재명 정부는 공식적으론 환영하지만, 그의 마가(MAGA) 코드와 반북(反北)·반중(反中) 성향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북·중에 유화적이었던 문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주미 대사로 보낸 데 대한 ‘외교적 맞불’일까?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가 아슬아슬하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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