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지방선거가 4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은 이제야 ‘6·3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구획정안(案)’에 최종 합의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역구를 기준으로 광주 4개 지역을 광역의원 중대선거구로 지정했고, 지금까지는 지역구 광역의원 정수의 10%를 비례대표로 배정했으나, 이제 14%까지 상향 조정한다. 이번 조치로 비례대표 광역의원 정수는 55명 정도 늘어날 것이다. 이론상 지방 정치의 활성화는 필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의원 정수의 증원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위론일 뿐, 정치는 ‘현실적 존재’여서 당위론적으로 옳다고 해서 현실적으로도 타당하다고 할 순 없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현상은 이른바 ‘줄투표’다. 투표장에서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광역단체장 후보가 속한 정당의 다른 후보들, 즉 시의원·구의원·구청장 후보를 줄투표 하는 현상이 빈번하다. 지방선거에서 선택해야 하는 후보자가 많은 데다가, 광역의회 또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에 관한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 이러니 적잖은 국민이 자기 지역의 기초·광역 의원 이름조차 제대로 모른다.
이런 현실은 그동안 기초의회나 광역의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만일 지방자치가 활성화돼 지방의회가 지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유권자들의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관심도는 당연히 높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정적으로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지방자치의 현실이기 때문에, 지방의회에 관한 관심이 높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태도도 그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여론의 반발이 두려워 국회의원 증원은 말도 못 꺼내는 정치권이, 광역의회 의원들은 증원하겠다고 자신 있게 나서는 것을 보면 지방의회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적으니,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 세비(歲費)도 세금으로 나가지만, 지방의회 의원들 세비 또한 주민들의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이런 증원을 결정한 것은 쉽게 용납하기 힘들다. 만일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들이 마음대로 증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결국 정당들이 국민 세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재정을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외면한 채 지방의회 의원 수만 늘린다고 과연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또, 비례대표 증원이 실질적으로 어떤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는가. 국회의원 비례대표도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지방의회라고 과연 다르겠는가. 그리고 일부 지역에 대한 중대선거구제 실시와 광역의회 비례대표 증원의 취지가 군소 정당의 지방의회 진입을 쉽게 하기 위함이라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줄투표 현상이 엄연한 현실에서 비례의원 수를 늘려 봐야 양당 체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식의 변화는 양당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양당 지도부의 입지를 다소 강화하는 효과 외엔 별다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의 기득권 유지 욕구는 이 정도로 뿌리가 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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