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약통장 무용론 확산
25억짜리 노량진뉴타운 84㎡
최대 2억 대출해도 23억 필요
면적 클수록 경쟁률 확 낮아져
청약가입 2600만선 붕괴 코앞
서울 분양가 2년새 40% 뛰어
대출규제로 자금조달 부담 커
나날이 치솟는 분양가와 고강도 대출 규제로 서울 청약시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2년 만에 40% 넘게 뛰었고, 무주택자는 현금 수십억 원이 없으면 서울 청약 자체가 어려워진 셈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함께 급등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6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 수는 2605만1929명으로 2600만 명 선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 가입자 수 2631만2993명에서 26만1064명이 감소한 것이다. 지난 2월 말(2608만7504명)과 비교해도 3만5000명 넘게 줄었다.
특히 수도권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말 서울 가입자 수는 635만9013명으로, 지난해 10월(642만5413명)보다 6만6400명이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2850만 명에 달했으나 4년 만에 200만 명 이상 줄었다. 가입자 2600만 명은 6년 전 수준이다.
청약통장은 한때 ‘로또 청약’ 기대감에 가입자가 빠르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직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 6월에는 2859만9279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고분양가, 가점인플레이션에 더해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고, 특히 수도권은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경쟁률이 평형별로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6구역 재개발 사업인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전용면적 59㎡ 분양가격이 최고가 기준 22억 원대, 84㎡가 25억 원대에 달해 비강남권이 강남권 분양가를 역전한 첫 사례가 됐다. 전용 84㎡의 경우 최대 대출 가능한 2억 원을 빼면 23억 원이 필요하다.
전용 59㎡는 81가구 모집에 3239명이 몰려 평균 40대 1 수준이었는데, 전용 84㎡는 78가구에 1475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18.9대 1을 기록했다. 자금 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전용 106㎡는 경쟁률이 6.1대 1에 불과했다.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로 서울 청약시장은 현금부자가 아니면 진입 자체가 어려운 리그가 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3.3㎡(1평)당 분양가격은 두 달 만에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3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1660만6000원으로 전월 대비 4.29% 상승했다. 3.3㎡ 기준으로는 5489만6000원으로 1월에 이어 또다시 최고액을 경신했다. 수도권의 ㎡당 평균 분양가는 1000만6000원으로 전월 대비 2.64% 올랐다.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은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추월하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향후 안전관리 비용 증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면서 분양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강남권 상한제 적용 단지로 청약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1일 서초구 아크로드서초 1순위 청약에서 30가구 모집에 3만2973명이 신청해 평균 109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 민간분양주택 기준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청약 흥행 요인은 단지에 적용된 분양가 상한제다. 20억 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오티에르반포는 13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710.2대 1을 기록하며 청약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 단지는 3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다수 서민에게 청약은 ‘그림의 떡’에 불과해진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청약통장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머니 무브’ 기조로 자본을 부동산시장에서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는 흐름 속에서 청약통장을 해지해 ‘삼전닉스’를 사는 등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도 목격된다.
이소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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