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판 출간 판타지 소설 ‘라스트 타이거’ 줄리아·브래드 류 남매

 

일제강점기 조부모의 사연 바탕

호랑이 등 한국 전통·설화 접목

작년 美 공개후 베스트셀러 올라

 

“자유 억눌린 절망적 상황에서

‘사랑의 힘’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한국판으로 출간된 소설 ‘라스트 타이거’의 저자인 줄리아 류(오른쪽)·브래드 류(왼쪽) 남매가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책을 들고 할머니(가운데)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한국판으로 출간된 소설 ‘라스트 타이거’의 저자인 줄리아 류(오른쪽)·브래드 류(왼쪽) 남매가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책을 들고 할머니(가운데)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유튜브 영상 캡처

‘줄리아,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줄 수 있겠니? 1936년부터 우리가 미국 시민이 된 2016년까지 이어진. 할아버지가.’

지난 2020년 4월 할아버지의 죽음은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 3세 남매 줄리아 류(27)·브래드 류(31)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쳐 미국 이민기에 이르기까지, 조부모가 남긴 가족의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것. 이들은 할아버지가 보낸 이메일, 할머니가 노트에 남긴 글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한인 가족의 역사에 미국적 이상을 결합한 판타지 소설, ‘라스트 타이거’를 쓰기 시작했다.

“이민자의 후손으로서 내면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문화적 기억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먼저 공개된 소설이 최근 한국판으로 출간되면서 서면 인터뷰에 응한 이들 남매는 “우리가 쓴 소설은 196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조부모님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인과 미국인 그 중간에 있는 우리가 창조한 허구의 세계”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답변은 남매가 상의해 줄리아가 대표로 작성했다고 알려왔다.

남매 중 동생인 줄리아는 하버드대 연극 및 음악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뉴욕에서 뮤지컬 작곡가, 극작가, 소설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특히 지난 2022년 전래동화 ‘심청전’을 재해석한 노래 ‘다이브(Dive)’를 만들고, 이를 LG전자와 함께 디즈니풍의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한 달 만에 16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한국 관련 콘텐츠로 화제를 모았다. 함께 소설을 쓴 오빠 브래드는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후 뉴욕대(NYU)에서 소설 분야 석사를 전공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조부모님의 실제 이야기에 어린 시절부터 들어 왔던 한민족의 전통과 설화를 접목시킨 세계를 만들어냈다. 소설 속에 할아버지는 자유를 갈망하는 하인 이승, 할머니는 속박에 맞서는 부잣집 딸 최은지라는 인물로 등장해 외세에 의해 억압받는 조국에서 사랑을 키워간다. 남매는 “소설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힘이 어두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려주고자 했다”며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금지된 사랑 등의 주제가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 호랑이 왕국, 일본은 드래곤 제국으로 묘사되고 기(氣), 신령, 구미호 같은 소재들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반 역사소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남매는 “판타지는 오락성과 교육성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가 되게 해 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책에 한민족을 상징하는 단어 ‘정’ ‘눈치’ ‘한’을 각 부의 제목으로 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청소년을 겨냥해 출판된 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의 ‘2025년 우리가 사랑하는 책’에 선정되는 등 현지에서 주목을 받았다.

소설 집필에 큰 영향을 준 남매의 할아버지·할머니가 1940년대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유튜브 영상 캡처
소설 집필에 큰 영향을 준 남매의 할아버지·할머니가 1940년대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 등을 통해 K콘텐츠가 주목받는 가운데 이들은 “전 세계에서 한국 이야기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한국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엄청난 어려움을 견디며 성장해왔고, 이러한 역사와 문화 덕분에 대담하고 극적이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남매는 앞으로도 한국적 정체성이 녹아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청전을 소재로 한 줄리아의 판타지 소설 ‘심정, 다이빙을 하다’는 미국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남매는 한국계 미국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공상과학(SF) 소설 ‘프리 윌마’도 2027년 출간을 목표로 공동 집필 중이다. 극작가로 활동하는 줄리아는 토니상 수상자인 브로드웨이 감독 다이앤 파울러스와 함께 오리지널 뮤지컬 ‘다이브’를 개발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인공인 다른 뮤지컬도 집필 중이라는 줄리아는 “여러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를 출연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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