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프렌드플레이션’ 확산
팬데믹후 외식값 20~30% 상승
젊은층 부담감에 사교활동 줄여
고용·연금체계 등 불안감 확산
불필요한 소비 줄여 자산 축적
저가 주류 찾고 집에서 모임도
고물가 장기화 속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중심으로 친구와의 만남 등 사교 활동에 쓰는 지출을 줄이거나 약속 횟수를 제한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외식과 카페, 주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일상적인 사교 비용이 빠르게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관계 유지에 드는 비용 부담이 소비 결정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식사·술자리 중심의 만남이 비용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이뤄지면서, 인간관계 역시 관리 대상이 되는 소비 항목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친구 관계 유지 비용이 물가 상승에 따라 함께 증가하는 이른바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 현상으로 설명된다. 특히 주거비 상승과 고용 불안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는 현재 소비보다 자산 형성과 미래 대비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물가 부담을 넘어 소비 구조 자체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사교 활동을 포함한 일상 지출 전반이 선택적으로 재편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식·주류 가격 급등… 사교 비용 부담 현실화= 프렌드플레이션 확산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외식과 주류 가격 상승이 있다. 2025년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외식 가격이 누적 20∼30% 이상 상승하며 식사와 주류를 포함한 모임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친구들과 저녁 식사와 음료를 포함한 모임 비용이 1인당 100달러를 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1인당 150달러 수준에 이른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외식과 주류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서 과거보다 동일한 형태의 모임에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젊은층의 소비 행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Z세대와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한 얼라이뱅크(ally bank)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비용 부담 때문에 주요 사교 모임을 건너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일부 응답자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돈을 쓰지 않는 모임(no-spend hang)’을 선택한다고 답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교 활동을 조정하는 흐름도 확인됐다.
이처럼 외식과 주류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서 인간관계 유지에 필요한 비용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사교 활동이 이제는 지출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으며, 사교 역시 관리해야 할 소비 항목으로 인식되는 흐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노후 불안·자산 격차 인식… “현재 소비 줄이고 대비”= 프렌드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상승 요인을 넘어, 젊은층의 소비 인식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주거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 필수 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장기적인 자산 형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 대비를 우선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Z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자산 축적 환경이 불리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리 변동, 불안정한 고용 구조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상적인 소비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교 활동에 쓰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조정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금 체계에 대한 불신이나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부담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젊은층의 소비 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재의 선택적 소비가 강화되고, 이는 인간관계 유지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소비 구조 자체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지출이 필수로 인식됐다면, 현재는 개인의 재무 안정성과 자산 축적이 우선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사교 비용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성비·대체 소비’ 확산… 소규모·저비용 문화 자리잡아= 프렌드플레이션은 소비 패턴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되면서, 저가 상품이나 대체 소비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저가 주류 제품이나 소형 패키지 음료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군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바나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지던 모임이 가정이나 공공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홈 모임’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럽에서도 대형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 제품이나 할인 상품 소비가 늘어나는 등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이와 함께 모임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인원 수를 줄이거나 모임 횟수를 줄이는 대신, 특정 목적을 가진 만남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단순한 친목 모임보다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 비교적 비용 효율적인 활동 중심의 만남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프렌드플레이션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소비 방식과 생활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물가 환경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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