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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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을 앞두고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이전투구(泥田鬪狗)’다. 흔히 ‘진흙탕 싸움’으로 번역되는 이 표현은 오늘날 비열한 다툼을 비하하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진흙밭에서 개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이 그만큼 난잡하고 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의 본래 뉘앙스를 되짚어보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이전투구는 본래 단순히 상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니었다. 진흙은 상황의 혼탁함을 상징하고, 개들의 싸움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의미한다. 즉, 누가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이해관계가 진흙처럼 뒤엉킨 ‘상황의 성격’을 묘사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정치권에서 이 표현이 남용되면서 점차 도덕적 비난과 부정적인 색채가 짙어졌을 뿐, 처음에는 복잡하게 얽힌 형세를 비유하는 중립적인 묘사에 가까웠다.

현대 한국어에서 싸움은 대개 ‘서로 다투는 부정적인 일’을 뜻한다. 하지만 어원을 더듬어보면 싸움은 본래 적대감보다는 ‘힘을 겨루는 행위’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씨름이나 격투기를 가리켜 ‘한판 싸움’이라고 부를 때 적의나 증오가 전제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대 사회에서 싸움은 곧 생존을 위한 기술이었다. 사냥과 노동, 심지어 신성한 의식에 이르기까지 힘겨루기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싸움은 승패를 가르는 동시에 공동체의 질서를 확인하고 결속을 다지는 축제의 성격을 띠기도 했다.

이처럼 역동적이었던 언어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폭력과 전쟁이 일상화된 역사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근대 이후 대규모 전쟁과 이념 대립을 겪으며 싸움이라는 단어에는 파괴와 상처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하지만 싸움을 반드시 파괴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때로는 부조리에 저항하고 시련을 견디며 나아가는 숭고한 힘의 표현이기도 하다. 싸움의 본질은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교감의 과정에서 진정한 빛을 발한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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