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채 정치부 차장
2016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선거에 패하면서 기호 1번을 빼앗겼다. 그 후 새누리당의 후신 정당들은 10년 동안 기호 1번을 다시 가져오지 못했다. 전국 단위 선거 기호는 선거 당시 정당의 국회의원 의석수로 결정된다. 2016년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단 한 석이 적었지만, 2020년과 2024년에는 기록적인 대패를 당했다.
한국의 2016년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학에서 말하는 정초선거(定礎選擧·Foundation Election)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정초는 건물의 기초라는 뜻으로, 정치학에서 정초선거는 기존의 정치 지형이나 정당 지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선거를 의미한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강고했던 지역 구도는 완화돼 영·호남이 아닌 수도권이 정치의 중심이 됐다. 세대정치 양상이 나타나고 정치인 팬덤 현상도 본격화됐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이러한 유권자 지형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면서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지지층을 새롭게 구성하지도 못했고, 당의 중심이 될 인물도 키우지 못했다. 10년간 세 차례 당명 변경이 있었고, 2년 임기를 채운 당 대표는 아무도 없었다. 대표 권한대행,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일일이 세기도 힘들다.
10년 사이에 승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젊은 남성이라는 새로운 지지층을 발굴하고, 검찰총장 출신으로 강직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윤석열 후보를 영입해 2022년 대선에서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직후 지방선거 승리는 보너스였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이 승리는 상처만 남겼다.
대한민국 보수는 10년 동안 암흑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잃어버린 10년’이 20년, 30년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보수 정당은 끊임없는 내부 분열과 임기응변식 대응만 보여주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만년 하위권인 구단들은 ‘리빌딩’ 과정을 겪는다. 매년 꼴찌를 감수하고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모아 팀의 ‘코어’를 만든다. 전략적이고 능력 있는 팀들은 이 코어를 중심으로 몇 년 안에 강팀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세계에 국민의힘을 대입한다면 만년 꼴찌팀이다. 아무런 장기 전략 없이 해마다 다가오는 시즌을 치르고,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을 자른다. 새로 온 감독은 전 감독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그 감독도 결국 단명하고 팀의 방황은 계속된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지방선거 승리가 구시대 보수의 ‘라스트 댄스’였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당시 힘겨운 승리는 지속 가능할 수 없었다. 최근 선거에서 더 이상 승리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부정선거론이 힘을 얻고 있다. 10년 동안 급변한 정치 지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부 보수층은 부정선거 외에는 지금의 이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당장은 이들을 끌어안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소탐대실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차라리 더 망해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보수층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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