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쫓아낸다며 숯불 등으로 열기 가해
법원 “피해자 평소에 아꼈고 사건 은폐 안 해”
조카를 결박한 채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부장 정승규)는 21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심모(81·여)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에 대해서도 살인 및 방조 혐의 대신 상해치사 방조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중대한 위해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사망 결과를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범행 전 과정이 CCTV에 기록돼 있고, 피고인들이 이를 은폐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심폐소생술과 119 신고를 한 점 등을 고려해 계획적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피해자가 의식을 잃는 상황에서도 주술 행위를 중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상해의 고의와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양형 이유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카에게 장시간 무모한 주술 행위를 가해 생명을 침해했다”면서도 “피해자를 평소 아끼던 점, 왜곡된 무속적 신념 아래 치료 목적이라고 믿고 범행한 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장기간 신앙 공동체 생활 속에서 주체적 판단 없이 행위에 가담한 점이 참작됐다.
이 사건은 2024년 9월 인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했다. 심씨 등은 피해자 A 씨를 철제 구조물에 엎드린 채 결박한 뒤, 아래에 놓인 대야에 숯불을 넣어 약 3시간 동안 열기를 가하는 방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결과 심씨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조카를 상대로 의식을 진행했고, 자녀와 신도들을 동원해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오랜 기간 굿과 공양을 통해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온 정황도 확인됐다.
김무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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