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최근 뉴욕타임스는 ‘상호확증파괴(MAD)-고조되는 인공지능(AI) 무기 경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냉전 시기 핵에는 핵으로 보복당할 수 있어 핵전쟁이 억제된다는 상호확증파괴 논리가 AI 군비 경쟁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AI 경쟁은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자가 주역이라며 미국에서 방산 주도권이 실리콘밸리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팔란티어다.

팔란티어는 2003년 설립된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이다. 온라인 결제 플랫폼 페이팔을 창립한 피터 틸과 그의 스탠퍼드대 로스쿨 동창이자 독일에서 파시즘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알렉스 카프 등이 창업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리즘과 사이버범죄를 소탕하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팔란티어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벤처캐피털인 ‘인큐텔’로부터 200만 달러를 투자받아 국방 전용 플랫폼 ‘고담’(Gotham)을 개발했다. 틸과 카프 CEO는 힘을 통한 억지력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철학에 바탕해 AI 기술을 전쟁에 적용했다.

팔란티어가 두각을 나타낸 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였다. 카프는 전쟁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고담을 이용하면 “다윗이 현대판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고 설득했다. 열세였던 우크라이나는 이 시스템을 통해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며 장기 항전하고 있다. 팔란티어가 진가를 발휘한 건 미국-이란 전쟁이다.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의 ‘메이븐 프로젝트’(Maven Smart System)와 연계해 위성 이미지, 드론 영상, 레이더 신호, 감청 데이터 등 수조 개의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했다. 이를 통해 이란 전역의 군사시설 등을 시각화해 인간 지휘관이 최적의 공격 목표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 근거를 제공했다. ‘전쟁판 구글맵’을 통해 다량의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민간 기업이 AI 전쟁을 주도하는 양상은 로봇 병사와 자율무기체계 등으로 진화해 미래전을 근본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문제는 이란전에서 AI 데이터가 한 초등학교를 군사시설로 오판해 많은 어린이를 살상한 것처럼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의 전쟁 개입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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