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120돌 음악회 첫 선
“서정주 관련 책 읽으며 작곡
병마 이긴 가수 유열이 불러
멜로디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시 읽으며 느낀 감정 악보로”
“우리 가곡이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이번 공연이 그 매력을 풍성하게 전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가곡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피어나길 바랍니다.”
강석우 배우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국대 건학 120주년을 기념해 오는 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목멱(木覓) 가곡의 밤’을 앞두고 설렌다고 했다. 목멱산은 동국대 교정을 둘러싸고 있는 남산의 옛이름으로, 이번 음악회는 동국대 출신인 한용운, 서정주, 문정희 시인 등의 시를 가곡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강 배우가 공연의 사회와 해설을 맡았고, 직접 작곡에도 참여했다. 그는 CBS 음악FM ‘아름다운 당신에게’ DJ에 이어 현재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 해설자로 활동하며 클래식과 동행해왔다. 가곡을 특별히 좋아해서 ‘4월의 숲속’ ‘내 마음은 왈츠’ ‘시간의 정원에서’ 등 12곡을 만든 작곡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77학번인 그는 이번 모교 공연을 자신이 기획, 제안했다고 밝혔다. “학교에 음대가 없다 보니 학생들이 음악을 접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동문 시인들의 작품 중에는 가곡의 노랫말이 된 시가 많습니다.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년 윤재웅 총장께 건의했고, 대학 측이 건학 120주년을 맞아 추진하게 됐습니다. 동국대 역사상 이런 대외 음악회는 아마 처음일 겁니다.”
미당 서정주의 수제자인 윤 총장은 강 배우와 긴밀히 소통하며 지원에 크게 힘썼다. 공연에서는 동국대 출신 문인들의 시로 만들어진 ‘사랑’(한용운), ‘기다리는 마음’(김민부), ‘이쯤에서’(신경림), ‘축복의 노래’(문정희) 등 한국의 애창 가곡들을 들려준다. 미당의 작품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등도 최진·이웅 작곡가의 가곡으로 탄생해 처음 선보인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명작 ‘국화 옆에서’는 강 배우가 작곡했다. 소프라노 강혜정·김순영, 바리톤 송기창·이응광 등 성악가들이 협연한다.
강 배우는 ‘국화 옆에서’ 곡을 쓰기 위해 무척 고심했다고 말했다. 시인의 고향인 전북 고창 질마재를 다룬 윤 총장의 저서를 탐독하기도 했다. “멜로디를 만든다기보다는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운율을 악보에 옮겼죠. 워낙 국민적인 시라 부담이 컸지만, 1940∼1960년대 정취를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곡은 오랜 폐섬유증 투병 끝에 건강을 회복한 유열 가수가 불러 의미를 더한다. 강 배우는 “폐 이식수술을 받고 병마를 이겨내 무대로 돌아온 유열 씨가 부르면 큰 감동이겠다 싶어 부탁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가곡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그는 자작곡을 발표해 전국 공연을 이어가는 등 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라디오를 진행할 당시에는 매일 한국 가곡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가곡은 사실 곡보다는 가사가 되는 시가 더 중요하죠. 시가 일상에서 멀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어요. 너무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말들이 난무합니다. 젊은 세대가 은유와 함축의 시어를 경험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러면서 가곡이 일상이 됐던 시절이 다시 오길 소망했다. “과거엔 학교 음악 시간에도 가곡을 배웠고, TV에서도 가곡이 매일 흘러나왔지요. 가곡이 다시 많이 불렸으면 좋겠어요. 그 속에 아름다운 시어로 우리 언어도 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아내와 이탈리아 크루즈 여행 중이다. 전화 인터뷰 말미 전날 소렌토를 지나며 떠오른 생각을 전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같은 한 곡의 노래가 도시를 상징하고 세계인을 불러모으기도 합니다. 우리 가곡도 언젠가 독일이나 이탈리아 가곡처럼 세계로 뻗어 나가길 바랍니다.”
한편 올해 미당 세 번째 시집 ‘서정주시선’ 출간 70주년을 맞아 동국대 미당연구소와 환기미술관이 기획한 ‘그림이 있는 국화 옆에서’(은행나무출판사)도 출간됐다. ‘국화 옆에서’를 비롯한 미당의 시 46편과 수화 김환기 화백의 그림 43점이 어우러진 시화집이다.
김지은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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