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들어 정부의 소득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국가의 세제는 국민에 대한 법적 약속으로, 국민이 국가에 대한 장기적 신뢰와 충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에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와 비교해 보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소득 수준과 세금 부담, 그리고 사회보장 체계 사이의 균형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면서도, 조세 부담은 가장 높은 편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불균형이 나타난다.
최근 5년 평균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살펴보면, 미국은 7만5000∼8만 달러 수준으로 가장 높고, 독일·영국·프랑스는 대체로 4만5000∼5만 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3만5000∼4만 달러 수준이다. 반면, 약 3만3000∼3만5000달러 수준인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 7개국 중 가장 낮은 구간에 속한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형성된 소득 격차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세금 구조는 절대 가볍지 않다. 연간 소득 10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한계소득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약 38%로, 독일·이탈리아와 비슷하지만, 영국·일본보다 높고 미국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소득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세율은 훨씬 높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높은 세금 부담이 반드시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높은 세율을 기반으로 강력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 의료·연금·실업급여 등에서 국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금의 지속가능성 논란, 높은 사교육비, 부동산 양도소득세 등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국민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매우 높다. ‘높은 세금-강한 복지’가 아니라, ‘높은 세금-취약한 복지’라는 불균형이다.
이러한 구조의 배경인 정부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가 분산돼 있고, 중복 사업이나 생산성 낮은 정책들이 계속되면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 효율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재산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 인상 기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는 점은 더욱 우려를 키운다. 단순히 세수를 늘리는 접근이 아니라, 현재의 조세 구조가 국민경제와 글로벌 경쟁력에 미치는 부담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순서이다. 쉽게 세율을 올려 재원을 확보하는 일을 반복하다가는 결국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낮은 소득 기반 위에 높은 세율을 얹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의 체감 만족도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 오히려 조세 부담을 추가로 확대하기 전에,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보장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세금은 단순한 징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 간의 법률을 기반으로 작성된 장기 신뢰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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