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서울 구로구청장 후보로 단수공천했던 홍덕희 변호사에 대한 공천을 전격 보류하고 원점 재검토에 착수했다. 홍 후보가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이른바 ‘계곡 살인사건’의 주범 이은해를 변호했던 과거 이력이 뒤늦게 드러나며 당 안팎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은 언론 공지를 통해 “면접 과정에서 홍 후보의 이은해 변호이력은 일절 보고된 바가 없다”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흉악범죄 사건과 직결된 인물인 만큼, 공직후보자로서의 자격 적절성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후보자의 치명적 결격사유를 걸러내지 못한 당의 ‘부실 사전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시당에 따르면, 당초 홍 후보는 구로지역 갑·을 당협위원장의 강력한 단일후보 추천을 등에 업고 지난 19일 시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단수공천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공천 확정 직후 지역정가를 중심으로 홍 후보의 ‘아킬레스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논란의 핵심은 홍 후보가 조력했던 이은해 범죄의 엽기성과 잔혹성에 있다. 이은해는 지난 2019년 6월 경기 가평의 한 계곡에서 남편 윤모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깊이 3m 물속으로 강제로 뛰어들게 해 억울한 죽음을 맞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됐다.
비록 변호사가 흉악범을 변호할 직업적 권리와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넘어 지역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기초단체장으로 나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덕적 잣대가 요구된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실제로 공천 직후 지역 당원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들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저버린 반인륜적 범죄자를 비호한 인물을 어떻게 당의 얼굴로 내세울 수 있느냐”며 “이런 도덕적 관념을 가진 인물에게 40만 구민의 생명과 안전, 행정을 책임지는 구청장직을 맡길 수는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들끓는 바닥 민심과 여론의 융단폭격을 견디지 못한 시당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며 공천 결정을 뒤집음에 따라, 여당의 구로구청장 선거판은 다시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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