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기념 촬영을 위해 계획되지 않은 기동을 하다가 전투기 기체에 손상을 입힌 전직 공군 조종사에게 군이 약 8억7000만 원을 보상토록 했지만 감사원이 이를 감경해 변상 책임으로 8700여만 원만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망가진 비행기는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부정지출 및 재정누수 점검 감사 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직 공군 조종사 A 씨는 지난 2021년 12월쯤 비행을 앞두고 진행한 브리핑에서 인사이동 전의 마지막 비행을 기념해 비행 모습을 촬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비행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같은 편대 다른 전투기 조종사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촬영이 가능하도록 기체를 기동했고 그 과정에 A 씨 전투기의 꼬리날개와 다른 전투기의 좌측 날개가 충돌했다. 다행히 A 씨를 비롯한 조종사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두 전투기가 일부 파손되면서 수리 비용 8억7000여만 원이 발생했다.
이후 A 씨는 공군에서 정직 징계를 받았고, 퇴직해 민항기 조종사가 됐다. 군은 ‘회계 관계 직원’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정부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변상 책임을 진다는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을 적용해 A 씨에게 약 8억7000만 원을 변상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A 씨는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군수품 보호·정비 책임이 있는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고,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지도 않았다며 감사원에 판정을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에 A 씨가 전투기를 배정받아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운용한 만큼 회계관계직원(물품사용공무원)에 해당하고, 기념 촬영을 목적으로 계획되지 않은 기동을 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중대한 과실도 저질렀다며 변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감사원은 변상 책임액은 90%를 감경해 8700여만 원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사건 관련자들이 이 건 외 비행 중에도 촬영을 한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사전 브리핑에서 A소령이 비행 중 촬영을 하겠다고 설명하고 이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조종사들이 비행 중 사적인 목적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관행을 통제하지 않은 공군의 책임도 있다고 봤다. 감사원은 “급박한 상황에서 본인이 비행을 지휘하면서 기지로 안전하게 복귀해 추가적인 피해가 없었던 점, 2010년 임관 후 전투기 조종사로 장기간 복무하면서 전투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시험 비행 등을 통해 전투기의 효율적인 유지보수 등에 기여한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임정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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