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콘돔 제조사인 말레이시아의 카렉스(Karex)가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부 원자재 공급이 차단되면서 제조 및 포장 비용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해상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1일(현지시간) 고미아키앗 카렉스 CEO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콘돔 가격을 20~30% 인상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운임 상승과 선적 지연으로 많은 고객의 재고량이 평소보다 줄어든 탓에 카렉스의 콘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렉스는 콘돔과 윤활제, 의료용 장갑·카테터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연간 50억개 이상의 남성 라텍스 콘돔을 만들어 13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ONE’ ‘트러스텍스’ ‘카렉스’ ‘파산테’ 등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듀렉스’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을 맡아 전 세계 콘돔 생산의 약 20%를 책임진다.
가격 인상의 근본 원인은 이란 전쟁에 따른 석유화학 원료 공급 차질이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중동발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콘돔 제조에 필요한 실리콘 오일과 암모니아, 그리고 포장재의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막혔다. 아시아 나프타 수입의 41%가 중동산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해상 운송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콘돔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미국 등으로 향하는 카렉스의 콘돔 선적 물량이 이전에는 한 달이면 도착했으나, 현재는 거의 두 달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미아키앗 CEO는 “시급히 필요한 콘돔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선박에 실린 채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제품이 현지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원유·가스를 넘어 콘돔·의료용 장갑·플라스틱 포장재 같은 생활 밀착형 제품까지 이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중동 위기가 지구 반대편 동남아 공장과 소비자 지갑에 미치는 파급이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임정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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