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사상 등 서부산, 젊은 도시로 변신

 

△ 신혼부부의 성지로 부상

 

강서구 작년 순유입 7105명

2030 세대만 3387명 달해

 

‘주택 3만호 공급’ 신도시 예정

녹산·화전 산업단지와 가까워

 

△ 신산업 투자 집중 유치

 

르노코리아 ‘미래차 생산기지’

대한항공, 항공우주 공장 조성

 

서부산행정복합타운·의료원

도시 기반시설 인프라도 강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2월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자동차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2월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자동차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부산 = 이승륜 기자

“애 키우는 집이 정말 많아졌어요. 저녁이면 유모차 끄는 부부와 아이 손 잡고 나온 가족들로 거리가 꽉 찹니다. 예전엔 강서가 이렇게 젊은 동네가 될 줄 몰랐죠.” 최근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와 명지 일대에서는 “동네가 정말 젊어졌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강서구 대저동 일대 연면적 약 19만8000㎡(6만 평) 규모 ‘더현대 부산’ 복합몰 조성 추진 소식까지 더해지며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이르면 올해 10월 착공, 내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하면서 ‘더현대 서울’처럼 젊은층을 끌어오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에코델타시티 성장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 투자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뚜렷하다. 한때 변방 이미지가 강했던 부산의 강서구는 이제 “부산에서 가장 젊은 동네”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말이면 카페와 공원은 아이를 동반한 30대 부부들로 붐비고, 신규 유입 가구 상당수도 신혼부부와 맞벌이 가구다. 실제로 강서구는 2021년 4619명, 2024년 111명, 지난해 7105명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부산 전체에서 20∼30대 유출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강서구는 지난해 기준 20대 510명, 30대 2877명이 순유입되며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주 환경 개선이 변화 동력= 이 같은 변화는 서부산 구조 전환의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과거 동부산에 비해 뒤처진 지역으로 평가받던 서부산은 최근 주거·산업·문화·교통·교육·의료 전반에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도시 위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민선 8기 이후 서부산 발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이 지역은 ‘낙후 지역’을 넘어 사람과 자본이 모이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서부산의 변화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부산 전체 정주 희망률은 2021년 66.4%에서 지난해 69.4%로 3%포인트 상승했는데 서부산권은 58.3%에서 64.7%로 6.4%포인트 올라 더 큰 개선세를 보였다.

변화의 핵심은 정주 환경 개선이다. 강서구 일원 11.77㎢에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는 2012년부터 2028년까지 총 6조9973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서부산 최대 신도시로 주택 3만 호와 인구 7만6000명을 수용하는 자족형 수변도시를 지향한다. 녹산·화전·신항배후·사상공업지역 산업단지와 인접해 직주근접성이 뛰어나고 강서선과 부전-마산 복선전철 등 교통망 확충도 예정돼 있다. 김해국제공항과 부산신항, 가덕도신공항과의 접근성 역시 강점이다. 2025년 10월부터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 하단역을 잇는 ‘에코누비 버스’가 운행하고 있어 초기 교통 불편도 완화됐다. 여기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이 병행되며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강서구 일원 2.8㎢ 부지에 작년부터 2039년까지 5조6000억 원을 투입,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등 25개 혁신서비스를 도입한다.

강서구 낙동아트센터 클래식홀 공연 장면.  부산시청 제공
강서구 낙동아트센터 클래식홀 공연 장면. 부산시청 제공

◇문화·체육 인프라도 빠르게 개선= 문화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강서구 명지동 명지근린공원에 들어선 낙동아트센터는 올해 1월 개관한 서부산 최초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987석 콘서트홀과 292석 앙상블극장을 갖춘 이 시설은 개관 2개월 만에 1만113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역 예술인이 주축이 된 공연이 호응을 얻으며 서부산에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일상처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2월 신라스테이 서부산과 협약을 통해 체류형 소비 기반도 구축했다.

사상구 덕포동의 부산도서관도 서부산 문화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부산 대표도서관이자 시 직영 첫 공공도서관이다. 2020년 개관 당시는 서부산권 도서관이 9곳에 그쳐 인프라 격차가 벌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을 때였다. 부산도서관은 출입문 없는 개방형 구조와 계단식 공간 등 미래형 독서·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돼 전시와 음악회, 강연,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시민 문화활동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에는 66만8492명이 방문했고 만족도도 84.1%(지난해 하반기 기준)에 달했다. 강서열린문화센터 내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역시 영화 상영과 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지역 문화 수요를 채우고 있다.

체육 콘텐츠도 달라졌다. 지난해 6월 남자 프로배구단 OK저축은행 읏맨이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경남권 최초 남자 프로배구단 시대가 열렸다. 강서실내체육관에는 경기당 평균 3289명의 관중이 몰렸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원정 팬 유입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졌다.

유채꽃이 핀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 인파가 몰린 모습. 부산시청 제공
유채꽃이 핀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 인파가 몰린 모습. 부산시청 제공

자연과 관광 자원은 서부산 변화의 또 다른 축이다. 화명·대저·삼락·맥도·을숙도 등 낙동강 하구 5개 생태공원은 계절별 꽃단지와 자전거도로, 파크골프장, 캠핑장 등을 갖추며 일상 속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꽃단지 면적은 지난해 기준 24만8966㎡로 축구장 35배에 달한다. 부산시는 이를 하나의 축으로 묶는 ‘낙동오원’ 구상을 추진 중이다. 공원별 기능을 연결하며 낙동강 생태탐방선 ‘노을투어’와 을숙도 외국인 관광상품 등을 연계한 활용도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투자·산업 몰리며 ‘새 성장축’ 완성= 산업 분야에서는 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 부산시는 대기업과 신산업 유치 효과로 지난해 투자유치액 8조44억 원을 기록해 2020년 대비 약 28배 성장했다. 르노코리아는 미래차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내년까지 1조5000억 원(2024년 추정)을 투자할 계획이다. 생산유발효과 12조 원과 직·간접 고용 9만여 명이 기대된다. 올해 2월 기준 부산공장 누적 생산량은 400만 대를 넘었다. 생산 물량의 약 45%는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3월 대한항공과 2000억 원 규모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추가 투자 기반을 확보했다. 부산테크센터 내 유휴부지 3만6363㎡에 연면적 5만2892㎡ 규모 항공우주 공장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부산의 항공우주 분야 투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다. 동시에 롯데쇼핑 자동화물류센터와 BGF리테일 부산센터, 쿠팡 풀필먼트센터, 농심 수출전용 공장 등이 잇따라 들어서거나 건설 중이다. 오리엔탈정공 연구·개발(R&D) 캠퍼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R&D센터까지 더해지며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기업 지원 기반도 함께 확장되는 모습이다. 북구 금곡동 부산지식산업센터는 입주율 99%를 유지하며 중소기업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단지 통근버스는 지난해 기준 13개 산단 21개 노선, 47대 차량으로 연간 61만9935명이 이용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제도적 기반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2월 에코델타시티 산업용지 일부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투자 유치 기반을 강화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서부산권 복합산업단지와 대저 공공주택지구의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승인되며 산업·물류·주거를 잇는 공간 구조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도시 기반시설 확충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서부산행정복합타운은 올해 6월 착공, 2030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서부산의료원도 공공의료 거점으로 건립 절차를 밟고 있다. 사상하단선은 올해 4월 기준 공정률 76%를 기록했다. 하단녹산선도 기본계획 승인을 받았다. 대저·엄궁·장낙대교 등 낙동강 횡단 교량도 착공 단계에 들어서며 교통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부산시는 ‘살기 좋은 도시 서부산’이 이미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이를 동서 균형발전의 핵심 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오랫동안 ‘낙후 지역’으로 불렸던 서부산이 이제는 부산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의 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부산의 고령화 구조를 넘어서는 하나의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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