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어게인 2018’을 기대한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가운데 TK(대구·경북)·제주(무소속)만 빼놓고 14곳을 싹쓸이했다. 기초단체장은 자유한국당에 156 대 53으로 이겼다. 민주당계 정당 역사상 최고의 지방선거 성적.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영혼까지 털렸다’고 할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 탄핵 후 1년 2∼3개월여 지난 시점, 진보 진영 현직 대통령 지지율의 고공 행진, 여당 지지율의 압도적 우위라는 현상만 보면 이번 선거는 8년 전과 너무 흡사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호기로운 판세 전망에 근거가 충분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을 놓고 분열돼 지리멸렬 상황이다.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의 지도부와 선을 긋고 각자도생을 서두르는 판이다. 다만, 당권파나 후보들이나 똑같이 한 가닥 기대를 거는 것은 보수 결집 가능성이다. 집 나간 보수가 돌아오는 것은 물론, 이른바 ‘샤이 보수’ 현상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을 숨기거나 응답을 회피했다가 실제 투표에서 야당 후보를 선택할 부동층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사례로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초반 여론조사들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여유 있게 앞서갔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해지자 박 후보가 박빙 우세인 가운데 문 후보가 앞선 여론조사 결과들이 등장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영향을 미쳤다. 선거날 풍경이 극적이었다. 날씨가 추워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줄을 선 투표장이 많았다. 이미 오후 4시쯤 제17대 대선 투표율을 넘어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었다. 최종 투표율은 직전 대선보다 12.81%P 상승한 75.84%. 그런데 결국 승자는 과반(51.55%)을 득표한 박 후보였다. 여론조사의 한계와 샤이 보수 현상이 설득력 있게 설명되는 선거였다.
우상호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는 최근 “샤이 보수가 7∼8% 있을 것”이라고 경계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유행가처럼 ‘샤이 보수 어게인’을 외칠 태세다. 그것 말고는 기댈 곳이 없어 보이는 게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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