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재개’ 안갯속
美 “봉쇄후 29척 회항 등 지시”
이란, 주변국 선박나포로 맞서
양측 ‘압박 對 압박’ 구도 고착
WP “기뢰 제거에 최소 6개월”
컨테이너선 나포한 이란 혁명수비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이 22일 허가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했다며 컨테이너선을 나포하는 장면이 이란 국영TV에 방송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라이베리아 선적 에파미논다스호와 파나마 선적 MSC 프란체스카호를 나포했다. 작은 사진은 혁명수비대 군인들이 선박을 나포하기 위해 배에 오르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기한 없이 연장하며 충돌 확산을 억제하려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상 대치는 오히려 격화되면서 협상 재개 전망이 안갯속에 빠졌다. 휴전 국면에서도 미국은 해상 봉쇄를 유지하고, 이란은 선박 나포로 맞서는 ‘압박 대 압박’ 구도가 고착되면서 전면전은 피했지만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위험한 균형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으로부터 ‘통일된 협상안’을 받기 위한 별도의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3∼5일 시한부 휴전’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며 “대통령은 시간표를 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간 압박은 없다”고 밝히며 휴전 연장이 협상 유도를 위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휴전과 별개로 군사적 압박은 강화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아시아 해역에서 초대형 유조선 딥시호를 포함한 이란 국적 유조선 최소 3척을 제지하고 인도·말레이시아·스리랑카 인근 해역에서 항로를 변경시켰다고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대이란 해상 봉쇄 이후 총 29척의 선박에 대해 회항 또는 항로 변경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나포로 대응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란군 허가 없이 해협을 통과하려 한 선박 3척을 공격해 이 중 2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나포된 선박은 라이베리아 선적 에파미논다스호와 파나마 선적 MSC 프란체스카호로 알려졌다. 나머지 선박(유포리아호)은 나포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 IRGC는 “호르무즈 해협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레드라인”이라며 추가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측은 협상 교착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미국은 이란 내부에서 실용주의 세력과 강경파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내부 분열설’을 제기하며 협상 지연의 원인을 이란 내부로 돌렸다. 반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불신과 봉쇄 등이 협상을 가로막는다”며 미국의 해상 봉쇄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대화와 합의는 언제나 열려 있다”면서도 “약속 위반, 위협이 지속되는 한 진정한 협상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해상 충돌 위험은 구조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가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 제거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되며, 종전 이후에야 본격 추진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전쟁 와중에 존 펠런 미 해군 장관이 사임하는 등 국방 수뇌부 2명이 잇달아 자리에서 물러나며 지휘 체계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펠런 장관은 해상 봉쇄 정책과 맞물린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사임 배경에 관심이 쏠리지만, 미 국방부는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란의 선박 나포 소식에 국제유가는 급등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101.9달러로 15일 만에 100달러 선을 재돌파했다. 반면 뉴욕증시는 휴전 연장 기대에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9490.03으로 0.69% 올랐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137.90으로 1.05% 상승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24657.57로 1.64% 오르며 S&P500지수와 함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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