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가 수사권 및 보완수사권 관련 규정 ‘구멍’으로 13억 원 뇌물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애당초 수사를 제대로 못 하고 보완수사도 하지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1차 책임이 있지만, 부실 수사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도, 요구할 수도 없게 한 공수처법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도그마에 빠져 졸속 입법한 원죄가 무겁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2021년 10월 수사 의뢰한 김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2023년 11월에야 청구했다. 법원은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했고, 공수처는 추가 수사도 하지 않고 16일 만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구속 수사로 밝혀내겠다던 혐의도 스스로 뭉갠 셈이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공수처는 ‘요구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검찰이 지난해 5월 보완수사를 위해 압수수색과 통신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추가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소시효에 쫓긴 검찰은 결국 지난 22일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한 것이다.

이 사건은,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발생할 문제의 예고편이다. 여당 의원 다수는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이나 경찰이 뭉개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번 공수처 사례는 그럴 개연성을 보여준다. 보완수사 요구는 송치라도 한 사건에 가능한 얘기이고,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덮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이런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들려는 여권 저의가 더욱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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