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직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0.9%)를 훌쩍 뛰어넘는 5년 만의 최고치다. 수출(5.1%)과 설비투자(4.8%)가 동반 상승하며 지난해 4분기 역성장(-0.2%)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이런 고성장의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 슈퍼 호황이다.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었고 3월에는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업종과 K자형 불균형 성장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반도체라도 기대 이상의 호황을 지속하는 건 다행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1분기 영업이익 37조 원을 기록했다. 미국 의회는 대중 반도체 장비 추가 수출 통제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기대감에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주가가 8% 넘게 폭등했다. K반도체에도 호재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2분기부터 밀려드는 먹구름이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저성장·고물가 그림자가 더 짙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년 만에 ‘비관’으로 돌아섰고 주요 경기 판단지수들도 일제히 폭락했다. 수출 온기가 내수까지 퍼지지 못하면서 민생 경제는 더 얼어붙는 양상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망 충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4월 생산자물가는 4년 만에, 수입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특히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이 60% 이상 폭등해 향후 전방위적인 비용 상승 압력을 예고하고 있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는 수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향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까지 치솟았다. 현재의 유가가 1년간 지속하면 성장률도 0.2%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기우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동 전쟁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변수이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국가채무를 고려하면 재정 투입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남은 것은 고비용 구조를 견뎌내기 위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뿐이다. 지금 반도체 특수는 그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1.7%라는 숫자의 함정에 빠져 위기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