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거절당하기 숙제

이수용 글┃이해정 그림┃위즈덤하우스

초등학생 때 일이다. 사고 싶은 게 있었는데 용돈이 부족했다. 새 연필을 모아 단골 문구점으로 갔다. 사장님께 연필을 싼값에 사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사장님도 적잖이 당황했을 듯하다.

‘거절당하기 숙제’의 ‘태양’이는 이제 막 4학년 여름방학을 맞았다. ‘도전 일지 쓰기’ 숙제를 얼른 끝내고 싶어 ‘열 번 거절당하기’에 도전한다. 친구는 그런 태양이를 비웃는다. 너무 쉽다는 거다. 숙제가 되려면 ‘거절당하지 않기’에 도전하라고 충고한다. 과연 거절당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쉬울까.

태양이는 평소 부탁을 하지 않는다. 거절당하면 기분이 나쁠까 봐 지레 겁이 나서다. 그런 태양이가 도넛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달라 하고, 새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부탁한다. 누군가는 곤란해 하고, 누군가는 화를 낸다. 각오는 했지만 마음은 점점 불편해진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부탁받은 것을 도리어 고마워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거절 후 대안을 찾아주거나 미안하다며 빵을 준다. 태양이는 사람들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고, 거절이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닫는다.

나의 단골 문구점 사장님은 연필 거래를 거절한 대신 돈을 빌려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 제안은 내가 거절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사장님의 고심이 느껴져 감사했다. 요즘은 작은 부탁도 조심스럽다. 서로가 민폐가 되지 않으려 웅크린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부탁을 주고받으면 어떨까. 거절과 승낙 사이에 놓인 진심으로 세상이 조금은 부드러워질지 모른다. 108쪽, 1만4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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