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핀테크 회원사 550개… 중소업체는 규제로 존폐 걱정도
AI로 비용·시간 확 줄어… 제대로 활용 못하면 생존 힘들어
글로벌 빅테크 위협적이지만 국내기업과 기술협력으로 갈 것
족쇄만 풀리면 가상화폐·AI 결제 분야서 ‘유니콘’ 나올 수도
코딩보다 업무 이해도 중요… 업계 발들이려면 ‘시스템’ 공부해야
정책에 회원사 목소리 반영 절실… ‘법정단체 지정’ 사활
인공지능(AI)이 전쟁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시대, 핀테크 분야도 AI와 신기술이 몰고 오는 변화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스테이블 코인 도입 등 기존 핀테크의 지형을 바꿀 제도의 등장은 핀테크 분야의 크고 작은 회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핀테크는 기술과 규제의 영역 틈새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온 분야이지만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는 업계의 판 자체를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취임한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쿠콘 대표)을 만났다. 국내 핀테크 1세대인 김 회장은 업계의 맏형으로 불리고 있다. 협회 이사회와 회원사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회장에 올랐지만 그가 마주한 국내 핀테크업계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내 핀테크 업계 현실과 다가올 변화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쿠콘 본사에서 얘기를 나눴다.
―국내 핀테크 업계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핀테크는 예전에 ‘전자금융’이라고 표현했다. 전자금융업에서 지급·결제·송금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그게 정보기술(IT)과 연결되며 핀테크 회사들이 많이 생겼다. 지금 협회 회원사가 550여 개 정도다. 기존 전자금융 회사들과 마이데이터 회사들, 해외 송금, 금융 보안, 그리고 최근 블록체인과 토큰증권 분야까지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회원사들의 요구를 협회가 다 해결해야 하는데, 규제 해소가 대부분이다.”
―각 회원사의 이해관계가 다양할 것 같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조금씩 입장이 다르다. 이른바 빅테크라 불리는 큰 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잘 유지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고 중소업체는 규제로 인해 존폐를 걱정하기도 한다. 취임 후 한 달 동안 많은 의견을 들었는데, 기존 협회 내 각 분과를 이슈 해결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국회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업계에서 우려가 큰데.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업계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져 사업 진행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지방선거 영향으로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더 불투명해졌다. 하루빨리 인가 기준과 이용자 보호 원칙이 마련되길 바란다.”
―AI의 활용으로 핀테크 기업들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전 분야에서 AI는 활용되고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액션 데이’라는 이벤트를 여는데, AI를 활용한 우수 사례를 직원들이 발표하는 것이다. 내부 업무 자동화나, 상품·서비스 품질 고도화 등에 AI를 활용한 사례를 공유한다. 올 초부터 시작해 세 차례 정도 열었는데 수준이 매우 높다. 발표된 사례 중엔 사내 매출 관리 시스템 개선이 있었는데, 원래 이 작업은 5명이 10개월 정도 해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에 AI를 활용해 설계자 1명, 개발자 2명이 이 일을 한 달 만에 끝냈다. 이걸 볼 때 이제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렵지 않을까? 앞으로 회사들은 비용과 시간 절약을 위해 인력 재배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AI 글로벌 빅테크들이 국내 핀테크 회사를 잠식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는 편은 아니다. 규제로 인해 그럴 가능성이 낮다.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가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나, 한국 핀테크 시장은 ‘규제의 특수성’과 ‘데이터 현지화’라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한국의 복잡한 금융 법규와 소비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결국 국내 기업들이다. 일방적인 잠식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범용 AI 기술을 국내 기업들이 서비스에 녹여내는 ‘기술 협력과 서비스 주도권의 분리’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모기업인 웹케시 창업부터 특이하다.
“대학 때 IT·전자 쪽을 전공했는데, 당시 은행 전산부에 입사를 했다. 은행업무가 다 전산으로 이뤄지니 은행 업무에 대해서도 이해가 잘 이뤄졌다. 동남은행에서 한국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으로 왔는데 거기서 지금 그룹 회장님을 만났다. 저 행원, 회장님 대리. 두 사람이 무작정 그냥 창업한다고 나왔었는데,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웹케시가 당시에 기업 자금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때 여러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금융데이터가 필요했다. 기업이 보유한 은행 계좌 잔액, 법인카드 사용내역 이런 데이터가 필요한데, 비단 웹케시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그래서 데이터 플랫폼 회사를 만들기로 한 끝에 쿠콘을 설립했다. 웹케시 자회사가 아닌 완전 별도의 회사를 만들었다. 20년 동안 5년은 국내 데이터 연결에 집중했고, 나머지 5년은 해외 데이터들, 총 10년은 거의 데이터만 수집했다. 이 기간 사업을 확장하는 건 어려웠다. 데이터 인프라를 늘린 후 5년 뒤 상장을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였다.
“사실 매출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굉장히 높다. 우리는 데이터 사업과 결제 사업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특히 데이터 사업은 비대면 거래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은행권을 대상으로 했었지만 지금은 증권·보험·카드 전체에서 비대면 거래가 많이 늘었다. 결국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니 그런 부문에서 올해 우리 회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주로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을 했었는데, 의료라든지 유통 분야 마이데이터, 해외결제, 스테이블 코인 유통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가맹점에서 결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이런 사업들을 포함해, 글로벌 결제와 관련된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려 한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강화되는 본인확인 서비스 분야도 우리의 새로운 사업이다. 핀테크 분야는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는데,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성되는 구조다.”
―핀테크 분야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이젠 코딩 같은 업무는 필요 없어지는 추세다. 그런 것보다는 업무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더 중요할 것이다. 금융 분야와 핀테크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자산이 될 것 같다.”
―최근 핀테크 분야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분명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규제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리고 요즘에는 기술이 고도화·세분화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핀테크 기업들이 다 들어차 있다.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다행히 가상화폐나 AI 관련 결제 등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있어서 앞으로 제도적 뒷받침만 잘되면 ‘네카토(네이버, 카카오, 토스)’와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법정단체로 지정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들었다.
“지금도 금융당국이 정책 시행 전 저희 의견을 물어보며 소통하지만, 법정단체로 지정된다면 좀 더 긴밀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협회의 법정단체화를 통한 정책 소통 기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핀테크 업계는 신뢰도 제고, 규제 비용 절감, 법제화를 통한 불확실성 해소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협회가 법적 위상과 공신력을 갖춘다면 회원사의 목소리가 정책에 더욱 체계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1970년생 △김천고 △부산대 전자계산학 학사 △연세대 공학경영학 석사 △동남은행 △한국주택은행 △웹케시㈜연구소장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민간위원 △㈜쿠콘 대표이사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비즈니스 모델 만들려면… 가능한 한 빨리 법안 통과돼야”
■ ‘불확실성 해소’ 발등의 불
“법안이 가능한 한 빨리 통과돼야 업계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가능한 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법 자체가 통과되지 않아 다른 관련법의 통과도 지연돼, 핀테크 업계에서 사업계획 자체를 수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사실 디지털자산기본법 같은 경우 작년 하반기에 통과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연말에서 다시 올해 3월, 그러다 이제는 지방선거 이후에야 통과가 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7∼8월에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시행하려면 또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원사들은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51%룰’과 같은 규제들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했지만 지금은 그런 내용보다는 무조건 법안부터 통과하는 게 우선이 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사실 해외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은 실제 잘 쓰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은 정말 많다”며 “스테이블 코인의 유통·결제와 같은 부분에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면에서 미국 등에선 여러 사업모델이 나오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법안 통과 지연으로 인해 그런 사업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우려다. 그는 “업계에선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따른 준비자산 보관이나, 책임 소재 같은 부분에 대해선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사업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내놓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최근영 기자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