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주필
6·3 선거 이후 與 독주 가속화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더 흔들
내부 경쟁 격화에 李 통제 약화
정계 개편과 전면 개헌 움직임
보수 대통합 對 중도·진보 연합
의원 10명에 달린 헌법의 운명
지방선거일인 6월 3일은 1년 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날이기도 하다. 선거라는 민주주의 축제도, 이재명 대통령 국정 1년도, 국민이 함께 즐기고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국가 정체성과 거버넌스의 변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우선, 여권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권은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여당 승리 전망이 압도적인데도 국민의힘은 보수 유권자까지 등 돌리게 할 황당한 일을 매일같이 벌인다. 보수 결집 현상은 있더라도 미미할 것이다. 현 지도부가 다음 총선·대선까지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실히 지는 게 낫다는 ‘전략적 고육책’ 조짐까지 보인다. 반대로, 지도부 차원에서는 선거에서 참패하면 ‘후보 탓’이라며 버틸 포석을 깔고 있다. 총선 결과에 연동돼 지급되는 매년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져도 떵떵거리며 당을 꾸리는 데 문제가 없다. 김건희 문제, 의대 증원, 호주 대사 논란 등으로 민심이 이반해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책임을 한동훈 등에게 떠넘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둘째, 정계 개편과 여권 주도의 일방적 개헌 가능성도 커진다. 선거 뒤에 여권에선 ‘포스트 이재명’ 경쟁, 야권에선 보수정치 재편이 시작된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야권이 분열되고, 일부가 범여권으로 흡수되는 경우다. 진보 진영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에서 자유를 뺀 헌법으로 바꾸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실제로 시도했다. 현재 보수 야권 의석은 개헌 저지선을 10석 넘긴 110석(국민의힘 107석, 개혁신당 3석)이다. 야권 분화 과정의 이탈, 다음 총선 공천과 당선을 위협받는 의원들, 장관직 등을 미끼로 한 영입, 김상욱 의원처럼 소신에 따라 스스로 옮겨가는 경우 등 다음 총선까지 2년 동안 10석 정도의 변화가 없으리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전문(前文)에 5·18 등을 넣고 계엄 요건을 강화하자는, 여당이 최근 발의한 개헌안은 맛보기일 뿐이다. 여기에도 일부 야당 의원은 관심을 보였다. 지방선거 압승 땐 개헌을 제대로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된다. 현저히 기울어진 정치 상황에서 개헌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면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과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붕괴는 타산지석이다.
셋째, 여권 분화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8월 전당대회는 다음 총선 공천권, 나아가 차기 경쟁의 전초전이다. 대통령 임기 1년도 안 돼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운동권 출신이 아닌 데다 국회 경험도 일천한 이 대통령의 여권 내 기반이 약하고,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차기 경쟁의 조기 점화는 선명 경쟁을 부른다. 당장 강경파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당 국회’ 폭주는 가속되고, 이 대통령도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넷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는 전방위 위협에 처한다. 이미 행정·입법 권력을 장악한 상태에서 검찰 폐지,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그걸로도 부족한지 ‘조작기소’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까지 출범시키려 한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북 송금’ 사건의 공소 취소가 절실하다. 현 검찰이나 공소청 검사를 통해서 하기는 힘든 만큼, ‘정치 특검’에서 가능성을 찾으려 들 것이다. 10월 2일 검찰이 폐지되면 범죄수사와 범죄자 처벌은 큰 차질을 빚는다. 벌써 수사·기소의 정치화는 물론 미제 사건 급증, 수사 단계에서의 사건 암장(暗葬) 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다섯째, 경제와 안보에도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과 코스피 급등 착시를 걷어내면 경제는 기업들의 악전고투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이 대통령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지만, 노란봉투법·중대재해처벌법 등 실제 상황은 정반대다. 미국 주도의 자유동맹과 자유무역 질서가 붕괴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동맹국인 미국의 내부 사정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안보·경제 모두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들이 악순환하는 시기가 닥친다. 6·3 선거에서 여야 격차가 벌어지면 그만큼 진폭은 커지고 속도는 빨라진다. 국민 각자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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