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그날이 오면’

코미디 장르에서 영구만큼 친숙한 캐릭터도 흔치 않다. ‘유머 1번지’(KBS2)의 ‘영구야 영구야’로 시작해서 영화 ‘영구와 땡칠이’까지 영구(심형래) 실물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아도 ‘영구 없다’ 유행어만큼은 안 들어본 사람(안 따라 해본 어린이)이 드물 테니까 말이다.

2026년 4월 대한민국은 ‘영구 없다’ 대신 ‘늑구 없다’로 대혼돈에 빠졌다. 첨단드론까지 합세하여 일거수일투족 늑구 행방에 촉각을 집중했다. 마침내 수색자가 ‘늑구 있다’고 소리 지르기까지 시청자들은 함께 긴장하고, 함께 감격했다. 9일간의 드라마는 영국 BBC가 탈출 늑대(Runaway Wolf)에게 ‘자유의 상징(Symbol of Independence)’이란 명예를 부여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건 순전히 인간 편에서 만든 속담이다. 소의 시각에선 ‘오죽하면 외양간 박차고 가출을 감행했겠느냐. 인간들은 반성 좀 해라’ 뭐 이럴 수도 있다. 이제 숨을 돌리고 늑구의 쪽에서 인간을 바라보자. 늑구는 자기가 늑구라는 걸 알까. 자기가 늑대라는 사실조차 알 리 없다. 알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긴 생명체를 늑대라 부르고 그를 가둔(기른) 동물원은 편의에 따라 그 늑대를 늑구라 이름 붙인(분류한) 것뿐이다. (늑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인간을 늑대라고 칭할지 모를 일이다) 병 주고 약 주고 울었다가 웃었다가 변화무쌍한 인간을 바라보는 늑구를 대신해 노래로 그의 감정을 헤아려본다.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김건모 ‘핑계’)

영화마을에도 유명한 늑대가 있는데 이름은 나자리노(Nazareno)다. 아르헨티나 어떤 마을에선 7번째로 태어나는 남자아이가 달이 꽉 차는 날에 늑대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 50년 전(1976) 한여름 명보극장에서 길게 줄 서서 표를 샀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우리 늑구는 살아서 돌아왔지만 ‘늑대 청년’ 나자리노는 총에 맞아 죽는다. 이유는 딱 하나, 주제넘게(?) 인간(그리세르다)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주제가(‘When A Child Is Born’)도 계절을 강타했다. 한 아이가 태어날 때 ‘하늘엔 희망의 빛줄기 깜박이고(A ray of Hope flickers in the Sky) 작은 별 하나 멀리서 높이 반짝인다(A tiny Star lights up way up High)’. 생명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늑구의 거주지에선 8년 전(2018)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탈출을 감행한 뽀롱이(퓨마)는 안타깝게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노래로 환생했다. 5인조 아이돌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라는 제목의 노래로 뽀롱이를 되살렸다. 감정이입이 구구절절하다. ‘처음 느껴본 이 기분 처음 자유를 만난 지금’ ‘밤이 되면 저 달엔 얼굴 그리웠던 엄마의 서글퍼진 맘’ ‘꿈에 닿을 때까지 얼마나 더 걸려 그 질문엔 매번 총성만이 번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꿈으로 모여 함께 내일을 만들어 간다’라는 뜻이다. 과연 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도 그러질 못하는 형국인데. 그래도 그날이 올 거라 믿는 까닭이 있다. 운명은 대체로 강자를 편들어도 기적은 약자의 쪽에 날개를 펴기 때문이다. ‘끝이 아니길 기도해 이 밤을 붙잡고 싶어져 이대로는 널 못 보내 무엇도 우릴 갈라놓을 순 없으니까’.(투모로우바이투게더 ‘그날이 오면’)

연애담으로 포장은 됐어도 외연을 늘리면 지금 우리가 인간답게 사는 건가 되묻게 된다. ‘수많은 상처를 주고 많이도 널 울렸지’ ‘그땐 몰랐던 것들이 이제서야 이해돼 지금 알고 있는 것들 그때 알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투모로우바이투게더 ‘그날이 오면’) 순간의 승리에 감염된 사람들에게도 아스라이 이 노래가 들리면 좋겠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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