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1974년 캐나다 심리학자 도널드 더턴과 아서 아론이 사회심리학 역사의 유명한 고전적 실험을 벌였다. 높은 협곡 위 흔들리는 현수교와 낮고 안정된 다리 위에서 젊은 여성 연구원이 설문조사를 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넸는데, 흔들다리 위에서 설문을 받았던 남성들이 훨씬 더 많이 전화를 걸었다.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심장이 뛴 것을 상대를 좋아한다고 착각한 결과였다. 이른바 흔들다리, 현수교 효과(suspension bridge effect)다. 그래서 흔들리는 다리는 사랑의 다리가 됐다.
한국 청춘의 심장을 뛰게 한 흔들다리의 원조라면 1972년 북한강 위에 세워진 강촌 출렁다리를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현수교 공법으로 지은 첫 교량으로, 1970∼1980년대 대학생 MT와 강촌 유원지 붐을 상징하는 장소이자 연인들 사진의 인기 배경이었다. 당시 이 다리에 소형차도 지나다녔는데 그때마다 크게 흔들려 ‘출렁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뒤로 출렁다리는 보행용 현수교의 별칭이 됐다.
출렁다리가 강촌의 추억에서 전국의 풍경이 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출렁다리는 1999년까지 전국에 12개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이후 급증해 2023년에 238개, 최근에는 250개를 훌쩍 넘겼다.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최소한 출렁다리가 하나 이상 있는 셈이다. 1개당 공사비는 보통 수십억∼100억 원 안팎으로 많으면 150억 원을 넘지만, 집객 효과는 개통 뒤 1년 차에 정점을 찍고 3년째 방문객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7년이 지나면 사실상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도 선거철이 되면 출렁다리는 단골 공약이다.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치적을 남기기에는 이만큼 편한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해는 출렁다리보다 한 단계 위인 통 큰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교육감 후보까지 나서 현금 뿌리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결혼지원금 100만 원, 중학생 펀드 100만 원, 상생지원금 연 최대 100만 원 등 100만 원이 우습다. 문제는 공약을 뒷받침할 지자체 재정 여건은 최악이라는 점이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는 위험 신호였던 흔들다리 효과처럼 헛된 공약은 결국 주민들의 손실로 돌아온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