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삼성전자노조 측이 지난 23일 가진 5월 총파업 결의대회를 통해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분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수출의 약 38%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에서 나온 이 요구는 당장의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드리운다.
삼성전자가 거두고 있는 사상 최대 실적의 이면에 헌신적인 근로자의 땀방울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초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한 임직원의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유기체는 근로자의 노력만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과감한 위험을 감내하고 자본을 투입한 주주 및 경영진과 조화로운 균형 없이는 성장이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집회 현장에서 맞불 집회를 연 주주 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공장의 주인은 직원이 아니라 주주라는 이들의 주장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원리를 상기시킨다. 기업이 거둔 이익은 미래를 위한 재투자 재원이자 위험을 감수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기도 하다.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실적이 좋을 때만 과도한 성과급을 배분하고, 실적이 나쁠 때에는 그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 삼성전자노조의 파업에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파업이 초래할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외신이 우려하듯 삼성전자의 생산 중단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의 공급 병목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고객사에 찍히는 ‘공급 불확실성’이라는 낙인은 단기적 손실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무리하게 경영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갈등이 커지면 결국 삼성전자의 대외 신인도와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게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적인 규제가 삼성전자노조를 파업이라는 선택지로 몰았는지도 모르겠다. 유례가 없었던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 시점에 주 52시간 규제가 이들의 근로소득을 제한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시장이 필요한 반도체 공급을 위해 주 52시간을 넘는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대신 초과근로수당을 2∼3배 받을 수 있게 하면 누적적인 임금 인상과 퇴직금 증가 효과로 인해,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일시적인 성과급보다 장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노사 간 협상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제로섬 게임의 극한투쟁이 아니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는 협력적 균형이다. 기업의 이익이 미래의 초격차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가 올라갈 때 근로자와 주주 모두의 파이가 커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근로자의 권익 보호와 주주의 재산권 행사가 대립하는 평행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수렴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노동시장 전반의 규제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 문제가 슬기롭게 해결돼 대한민국 반도체 잔혹사가 아닌, 상생의 역사가 새로 쓰이기를 기대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