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021년 10월 감사원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 수사 요청을 받고 그로부터 2년 후에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소명 부족으로 영장이 기각됐는데도 제대로 된 보완수사도 없이 불과 16일 만에 검찰에 졸속 송치했다. 이에 검찰은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이송했으나, 공수처는 ‘보완수사를 위한 이송사건을 수리할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조차 거부했다.
검찰은 부득이 직접 보완수사 하기 위해 압수수색 및 통신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검사는 공수처 사건의 보완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다시 공수처에 추가 수사 사항을 적시하며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공수처가 근 1년이나 그 수리조차 하지 않으므로, 공소시효 만기가 임박해진 최근에 대부분 사건을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감사공무원이 피감기관 발주 공사에 참여하는 건설사들로 하여금 자신이 실제 업주인 전기 공사 업체에 19회에 걸쳐 15억8000만 원 상당의 대가성 일감을 주게 하는 등으로 뇌물을 받은 사건이다. 그중 증거가 갖춰진 3회 2억9000만 원 상당 뇌물 부분과 업체 자금을 개인 용도로 횡령한 점만 기소했을 뿐, 나머지 12억9000만 원 뇌물 부분은 수사를 포기한 결과가 됐다.
이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 부족을 드러내지만, 무엇보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측이 졸속으로 공수처를 만들면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조차 인정하지 않은 입법의 잘못을 보여준다. 나아가 10월 2일부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경찰·중수청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조차 없애겠다고 하는데, 그리되면 모든 사건에서 위와 같은 수사 공백이 생기게 될 것이다.
민주당 측이 지난 5년간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 ‘검수완박’이란 수사제도 개편은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해 경찰·중수청 등 경찰기구와 공수처에 넘기는 것인데, 이들 수사기구의 부실 수사나 수사권 오남용을 견제할 수단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 얼마 전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은 민주당 측의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을 비판하며 사임했다. 지난해 대한변협이 변호사들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검사에게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을 모두 줘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나아가 변호사들 중 58%가 현행 수사·기소 분리정책에 반대했다. 현재 경찰은 과중한 업무 부담과 수사 역량 부족으로 인해 수사 부서 근무를 기피하고 수사 지연도 심해지고 있다.
자유민주국가 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나라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경찰은 증거를 수집할 뿐이지 증거조사, 즉 수사는 검사가 관여하는 예심이나 대배심 법정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검사는 경찰의 증거 수집에도 어떤 증거를 어떠한 방식으로 수집해야 하는지를 지도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3항에서 강제수사에 관한 검사의 영장신청 권한을 명시한 것도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나 수사권 오남용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함은 물론 수사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 등 구속력 있는 수사 견제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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