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행정·입법·지방 석권 與 전성기

6·3 지선 與 완승 땐 일당체제

文정부부터 野실패 누적 결과

 

삼권분립 무시, 권력 남용에도

野 무책임과 무능에 견제 실종

집권세력 아닌 野 심판 분위기

삼권분립이 박제된 정치를 지켜보다 보면 권력의 정상적인 작동 시스템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66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는 헌법 조문과 현실 정치의 괴리 때문이다. 권력 집단의 편의대로 권한이 오남용되고, 제동장치마저 기능 상실이다. 평자들은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 위기를 거론하지만, 애당초 입헌민주주의 국가인지부터 의구심을 갖게 된다.

6·3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인데 큰 관심을 못 끄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듯하다. 일부 경쟁 구도에 변화가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완승 전망이 압도적이다. 민주당이 행정·입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 ‘일당체제 시대’가 열릴 것이란 예상에 이견이 별로 없다. 다당제의 실질적 무력화, 견제와 균형의 정치가 실종된다는 경고가 쏟아지는 데도, 대중은 별로 호응하지 않는다. 집단 극화한 터라 선거를 심판이 아니라 전쟁으로 받아들인다. 내 편이기 때문에 이겨야 하는 싸움일 뿐이다. 8년 전쯤부터 노골화한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여 만이던 2018년 6·13 지방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여당인 민주당은 원내 1당이면서도 과반에 한참 모자라는 123석이었다. 그런데, 광역단체 17곳 중 14곳에서 승리했고, 기초단체·지방의회도 압도했다. 같이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선 11석을 차지해 확실한 여대야소의 구도를 만들었다.

행정·입법·지방을 석권한 민주당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급진 정책들이 시장을 짓눌렀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그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작됐다. 대통령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에 다가가는 보폭이 커졌고, 소득주도성장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저성과자 해고기준을 규정한 ‘양대 지침’ 폐기 선언 이후 노동 관련 입법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속도를 냈다. 중간평가였던 2020년 총선에선 180석(위성정당 포함)의 대승을 거뒀다. 미래통합당(103석)은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넘겼다.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11월에는 노란봉투법안(노조법 2·3조 개정)이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 등에 따라 폐기·재발의 등의 곡절이 있었으나, 2024년 총선에서 연속 과반(175석)을 휩쓴 여세에다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78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하는 동력도 그때 만들어졌다. 최근 파란을 일으킨 제도들이 견제 무용 속에 태동한 것이다.

물론, 급발진 드라이브에 대한 피로감과 부동산 가격 급등, 청년 실업 등으로 2022년 대선에선 정권을 내줬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도 견제의 수준을 넘어선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본능처럼 굳어졌다. 비상계엄 선포가 민주주의 역사에서 씻지 못할 과오임에는 분명하나, 그 배경의 하나로 지목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저해되는’(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문) 민주주의 위기는 깊고 오래된 일이라는 의미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승하면 삼권분립 무시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임기 내 해소 움직임이 더욱 맹렬해질 태세다. 정권 재창출 책략까지 정국을 지배하면 견제의 정치는 더욱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균형 상실의 정치판이 예견되지만, 야당을 두둔할 생각도 없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의 마음이 여론조사에서 읽힌다.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12%·한국갤럽)이 역대 최저치다. 정치권력은 선거를 통해 획득하고, 견제와 책임을 통해 제한된다. 견제의 실종은 권력의 비민주성과 무절제에서 비롯되나, 야당 실패의 책임도 못지않다. 유권자는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데, 국민의힘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얘기다. 장동혁 대표는 저잣거리의 놀림감이 됐다. 의원들은 혁신 흉내도 내지 못했다. 보수 진영이 한국 정치의 근간을 지켜올 수 있었던 미덕은 책임감과 유능함일 것이다. 지금은 무책임과 무능함뿐이다. 오죽하면 정권 심판론이 아니라, 야당 심판론이 더 맞을 듯한 선거전이라고 하겠나. 윤 전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 가한 가장 큰 치명타도 견제의 논리를 무용하게 만든 것일 테다.

오승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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