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최고가격제 보상 입장차

 

정부, 원가-공급가 차이로 산정

정유사들은 국제시세 기준 주장

 

고유가 예비비 5조 규모 편성

정제비용 등 잠재적 갈등 불씨

미국·이란 전쟁발 국제 유가 급등으로 도입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두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쟁점인 손실액 보상 기준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유업계의 간의 입장 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기준으로 기회손실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원가 범위 내 보전’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여 조만간 이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할 조짐이다.

27일 산업계 및 정부 등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손실액이 3월 한 달 동안에만 1조 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수입 및 정제 등의 실제 원가가 아닌, 현재 석유제품 국제 시세를 기준으로 매출 손실액을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주유소 공급가를 정할 경우 예상되는 기대 이익과 실제 판매량을 곱해 매출 손실액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정유업계가 보고 있는 손실액은 ℓ당 315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정부는 손실액을 최고가격제 공급가와 원가 차이로 보고 있다. 남경모 산업통상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최근 “원가는 정유사가 휘발유나 등유, 경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간 원유 가격과 생산 비용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제비용을 휘발유와 경유 모두 배럴당 8달러 수준으로 고려해 단순 계산했을 때 최고가격제 공급가와 원가 차이는 대략 ℓ당 30원 수준이다. 이럴 경우 정유사의 한 달 손실액은 약 1000억 원 정도다.

업계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등을 나누어 회계상 정제비용을 산출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유 공정은 수입한 원유를 가열해 휘발유, 경유 등을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연산품’ 구조로 총원가는 산출할 수 있어도 휘발유와 경유 원가를 각각 계산하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원가 공개 문제도 잠재적 갈등 요인이다. 정부가 원가 기준 손실 산정을 밀어붙일 경우,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 가격과 정제 비용 등을 제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요구가 있으면 제출할 수밖에 없겠지만, 민감한 원가 구조가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부담”이라며 “정부 역시 이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는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바이유가 지난 21일 이후 배럴당 100달러(약 14만7400원)를 넘어서고, 전쟁이 두 달째 이어지는 등 오일 쇼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마련한 5조 원으로는 석유최고가격제 손실보전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석유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보전을 위해 4조2000억 원 등 총 5조 원의 고유가 대응 예비비를 책정해 놓은 바 있다.

이정민 기자, 신병남 기자
이정민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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