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최창수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
농번기마다 반복되는 고민이 있다. 올해는 기존 고민에 ‘가격’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 멀칭필름과 포장용 비닐은 농업과 유통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자재인데,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자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자재비 상승은 곧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농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필수 자재’조차 고민과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시도가 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친환경 소재 기업과 협력해 버려지던 양상추로 농업용 필름을 개발한 것. 학교 급식에서 나온 양상추 부산물을 원료로 만든 이 필름은 현재 가평 농가와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사용되고 있다.
버려지는 자원이 다시 농업 현장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첫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매년 500만∼700만t의 농식품 부산물이 발생한다. 경기도만 해도 학교급식 전처리 부산물로 약 2000t이 나온다. 문제는 이 자원 대부분이 여전히 폐기되거나 사료 같은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활용되지 못해 그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버려질 자원을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 재활용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동시에 폐기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도 크다.
그럼에도 산업은 쉽게 크지 못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이 아니라 구조로, 원료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확보하기 어렵다. 계절과 품목에 따라 발생량이 달라지고, 수집·보관·운송·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도 각각 어려움이 뒤따른다.
제도라는 규제의 허들도 있다. 농식품 부산물이 폐기물과 원료의 경계에 놓여 있는 현재 구조에서는, 상용화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을 풀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있다. 규제 샌드박스다. 실증 특례를 통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현장에서 안전성과 시장성을 검증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시장이 아직 미미하다는 것도 문제다. 사용자와 소비자는 익숙하지 않고, 판로는 제한적이다. 제품이 만들어져도 판매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국 기업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개별 지원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원료는 데이터로 관리돼야 한다. 언제·어디서·얼마나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기업이 필요로 하는지 이 둘을 연결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품질 기준과 공급 조건까지 함께 관리돼야 안정적인 활용이 가능해진다. 농업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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